中企 "경영애로 술술"…대기업 출신 '구원투수' 훈수 역시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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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에 있는 TFT-LCD 모니터 제조업체인 소디프E&T(대표 조현철).이 회사는 차세대 제품으로 2000년부터 PLC(전력선 통신)기술 개발에 나서 2004년 양방향 데이터 전송 시스템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시장 개척이었다.
조현철 대표는 "수출영업을 시도했으나 해외시장 개척 경험이 전혀 없어 쉽게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애만 태우고 있던 소디프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은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사장 윤종용)을 통해 소개받은 이상훈 자문위원이었다.
그는 현대종합상사 출신으로 쿠웨이트 네덜란드 독일 등의 지사장을 지낸 후 2003년 말 퇴사했다.
이 위원은 "그동안 쌓은 경험을 활용할 만한 곳이 없을까 궁리하던 중 재단측의 소개로 작년 10월 자문을 맡게 됐다"며 "제품에 관한 설명을 들어보고 시장 조사를 해보니 수출은 유럽,특히 독일 북부지역이 유망하고 그 중에서도 가로등 제어 장치분야에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조언을 들은 조 대표는 내친 김에 직접 유럽 출장을 가 업체들과의 상담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이 위원은 "유럽쪽은 상사 지사장 시절에 손바닥 훑듯 돌아다니던 곳이라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며 "지난달 독일과 네덜란드 등의 4개 업체로부터 샘플 주문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판로가 없어 샘플 하나도 못 보내고 있던 때와 비교하면 커다란 진전"이라며 "우리 회사 힘만으로는 1~2년이 걸려도 못할 일을 이 위원이 3개월 만에 끝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소디프에 구원투수를 보내준 것은 중소기업청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작년부터 시작한 '대기업 퇴직인력 활용 중소기업 경영자문 사업'이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에 대기업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한편 대기업 퇴직인력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자문위원들에게는 하루 9만7000원의 일당이 지급되며 그 비용은 재단이 75%,해당 중소기업이 25%를 부담한다.
재단이 지난해 이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 106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상업체 중 87%가 경영자문 사업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인듀스(대표 이종기)도 이 사업의 덕을 톡톡히 본 업체 중 하나다.
이 회사는 6년여간 3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지난해 RFID(전파인식) 태그관련 제품들을 개발했다.
당면 과제는 개발된 제품의 양산 시스템 구축.자체 개발 제품의 양산 경험이 없던 인듀스는 작년 10월 삼성전기 출신으로 콘덴서사업부 품질관리실장 등을 지낸 나경록 위원에게 자문을 구했다.
나 위원은 한 달간의 자문을 통해 전체 공정의 50% 수준에 이르는 RFID 양산시스템 기본안을 설정해 생산목표에 맞는 설비투자 규모를 검증하고 설비규모를 구체화시켰다.
적정한 설비규모와 구체적인 투자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회사측의 기술수준과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문제들에 다가갔다"며 "올 하반기부터는 제품이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은 올해부터 이 사업의 지원 규모를 업체당 기존 4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자문기간도 20일에서 30일로 확대키로 했다.
또 현재 이 사업에 참여하는 대기업을 삼성전기 현대종합상사 SK 등 14개사에서 20개사로 늘리고 자문단도 170명에서 200명 이상으로 확충해 운영할 계획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