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특유의 투지와 교육열을 배우고 돌아갑니다."


2000년 9월 르노삼성자동차 출범과 함께 한국에 부임한 제롬 스톨 사장이 5년6개월 동안의 추억을 뒤로 하고 한국을 떠난다.


오는 24일 출국하는 스톨 사장을 서울 중구 봉래동 르노삼성 본사에서 만났다.


"한국인들이 보여준 일에 대한 열정과 투지는 프랑스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매사에 신중하거든요. 분명 한국인의 투지와 추진력은 강점이지만 가끔은 성급함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 르노삼성에서도 의사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상황이 발생한 적도 있었어요."


스톨 사장은 그러나 한국인들의 교육열에 대해선 칭찬 일색이었다.


그는 "'배우지 않는 조직은 발전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은 대단한 잠재력을 지닌 국가"라며 "르노삼성 임직원들이 새로운 것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걸 보면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꼽히는 '강성노조'와 '반기업 정서'에 대해선 색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스톨 사장은 "르노가 삼성차를 인수한 지 5년6개월이 지났는 데도 여전히 노조가 없는 이유는 근로자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사측과 끊임없이 대화하기 때문"이라며 "중요한건 노조의 존재 여부나 강성 여부가 아닌 '노사가 얼마나 신뢰를 갖고 대화하느냐'"라고 강조했다.


스톨 사장은 몇 년 전 근로자들과 마찰을 겪었을 때 사원대표위원회 위원장과 5시간30분 동안 저녁식사를 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근로자측에 회사의 입장을 정확히 밝히고,이해시키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이다.


'반기업 정서'에 대해선 "기업의 고객과 임직원이 바로 한국인 아니냐"면서 "고객과 임직원들의 믿음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이 투명경영을 펼치며 이들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듣고 조치하는 것인 만큼 이를 확산시키면 될 것"이라고 해법을 내놨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