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초등학생 살해유기 사건 용의자인 김모(53)씨가 지난해 7월 네살짜리 여자 어린이 성추행 혐의로 조사받을 때 담당경찰관이 합의를 유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피해 어린이의 어머니는 21일 연합뉴스 전화통화에서 "담당 형사가 `합의를 보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경찰의 부당한 `개입'을 주장했다. 그는 "사건 초기 경찰에서 사건을 서로 맡으려 하지 않고 이리저리 미뤘다"며 "지난해 철저하게 (수사)했으면 이번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와 가족을 상담했던 `해바라기 아동센터' 최경숙 소장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경찰은 `사건이 경미하고 (피의자가) 반성하고 있으니 합의하라'고 했다"며 피해자쪽 주장을 뒷받침했다. 최 소장은 김씨가 `초범으로 반성하고 있고 공탁금을 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은 것과 관련, "공탁은 잘못을 인정하는 가해자가 합의 노력이 무산돼 어쩔 수 없이 택하는 방법으로 감형 이유가 되지만 김씨의 경우는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는 `죄가 가벼워 금방 풀려날텐데 어떻게 뒷감당을 할 거냐'며 오히려 피해자 가족을 협박할 정도로 반성의 기미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법 처리 과정에서 아동과 어른 성폭력이 똑같이 취급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단순한 추행도 아이에게는 성폭행에 준하는 폭행이 되고 학대가 된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법기관은 아동에 성적 집착을 보이는 `소아기호증' 등 정신의학적 문제를 감안하지 않고 아동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며 "교화가 불가능한 미성년자 성추행 가해자는 거의 반드시 재범하므로 가해자를 처벌과 교화 대상자로 구분할 수 있는 과학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는 비(非) 친고죄로 피해자 신고 없이도 수사를 개시해야 하며 합의가 이뤄져도 참작사유가 될 뿐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에 경찰이 합의를 유도하거나 종용할 이유가 없다. 이에 대해 담당 경찰관은 "조사 과정에서 `합의를 봐주면 감형될 수 있으니 합의를 보지 말라'고 했다"며 "가해자 가족이 애원했지만 피해자와 연결시켜주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 경찰관은 "김씨를 구속한 뒤 피해자 어머니가 `김씨가 10만원을 들고 찾아와 합의를 보자고 한다'고 해 `장난하는 거냐. 합의해 주지 말라'고 말해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피해자가 합의 절차 등을 물어와 `진정 합의를 원하면 요구사항을 가해자 쪽에 그대로 밝히라'고 조언해줬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해 부모와 함께 치킨집에 있던 피해 어린이의 치마를 들추고 성기를 만진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hellopl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