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신임 의장은 15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통화정책 보고를 통해 "미국 경제가 지속적인 팽창국면에 있다"며 "추가적인 조치(금리인상)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FRB는 좀 더 면밀하게 인플레이션 움직임을 관찰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월가에선 금리결정회의가 열리는 3월과 5월에 FRB가 단기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연 4.5%가 5%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1월 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그린스펀의 복제인간(clone)임'을 자처했다.


그러나 저명한 경제학자 출신답게 경제현안에 대해 '직접적인 화법'으로 비교적 자세히 설명,그린스펀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전반적으론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경기와 통화정책


'작년 4분기 성장률이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여전히 팽창국면'으로 진단했다.


올 성장률은 3.5% 수준,내년 성장률은 3.0∼3.5%로 예상했다.


그러나 비교적 높은 성장세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존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경제의 자원 활용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과잉 생산 가능성은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추가적인 조치(금리인상)가 필요할 듯하다"고 언급했다.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잣대로는 경제지표를 제시했다.



◆장단기 금리역전과 부동산 경기


최근 심화하고 있는 장단기 국채 수익률 역전현상에 대해선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역사적으로 금리 역전 현상과 경기 둔화 사이에는 일부 상관관계가 있었지만 최근의 금리 역전 현상이 경기 둔화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경기가 미국 경제의 위험요인이라는 데 대해선 의견을 같이했다.


또 "주택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받아들였다.



◆쌍둥이 적자 해소


'그린스펀의 유산'으로 불리는 경상적자와 재정적자에 대해선 축소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해외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을 더 이상 늘리려 하지 않을 경우 미국 경제에 고통스런 반향이 예상된다"며 "경상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적자에 대해서도 "인구 노령화와 맞물려 미래 미국 경제의 번영을 위협하고 있다"며 상당한 우려를 표시하고 "이 문제를 장기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월가에서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내용이 안정감을 주는 데 충분했다며 비교적 '무난한 데뷔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