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 사람들] 임영선 대한골프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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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를 떠나면서 아쉬운 점이 왜 없겠습니까. 여러 명의 한국 남자골퍼들이 세계 정상에 서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지난달 말 대한골프협회(KGA) 부회장직을 그만둔 임영선 대한골프협회 고문(74)은 1976년부터 30년 동안 협회를 이끌어왔다.
그래서 한국골프 최근 30년사는 임 고문과 함께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다.
육군 중령으로 예편한 임 고문은 골프가 일반에게 생소했던 76년 고 허정구 삼양통상회장의 권유로 협회에 들어왔다.
세운상가변 10평 남짓한 '창고'가 협회의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임 고문은 먼저 주니어선수들을 키우기 시작했고,그것이 발판이 돼 오늘날 세계 각국이 부러워하는 국가대표·상비군 시스템이 마련됐다.
"국제회의나 대회에 가보면 외국 골프협회 임원들이 한국골프,특히 주니어골프 육성시스템에 대해 많이 물어요.
한국선수들이 미국LPGA투어에서 맹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어깨가 으쓱거릴만 하지요.
국가대표·상비군 제도를 만들어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골프를 가르치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그 덕분에 한국이 '골프 강국'이 됐지만요."
국가대표 1기인 최광수에서부터 박세리 김미현 강수연 장익제 허석호 등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골퍼들이 모두 KGA의 체계적인 프로그램에 의해 배출된 선수다.
특히 2004년과 2005년에는 국가대표인 이동환과 김경태가 일본 최고권위대회인 일본아마추어골프선수권 타이틀을 잇따라 획득했다.
임 고문은 그러나 선수가 어려서부터 골프에만 전념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의견이다.
주니어 때는 공부와 골프를 병행해야 하고,그것이 '두뇌 플레이'를 요구하는 골프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그래서 학생들에게 "오전 수업은 반드시 받으라"고 주문한다.
화제가 박세리에게 미치자 그는 더 늦기 전에 마지막 처방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요컨대 '뉴 스타트'다.
그는 "일상적인 환경에서 완전히 격리한 뒤 조직적인 훈련을 통해 재출발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박세리는 다시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고문은 한국 남자선수들이 세계 정상권에 잘 오르지 못하는 데 대해서는 "한국 여자들은 남자보다 승부욕이 강하며 남자들은 군입대로 3년 정도의 공백을 거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프로로 전향한 뒤에도 체계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합니다.
남자골퍼들은 아마추어 때와 프로 때의 영속성이 없는 것이 큰 핸디캡입니다.
둘째는 미래를 내다보고 대기업 등에서 장기적으로 후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