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8 16:00
수정2006.04.08 19:53
이상적인 경영관리란 어떤 것일까? 구성원들이 출근시간이나 복장,근무지침,상급자에 대한 예의 등 기존의 비즈니스 관행을 잘 준수하면서 권위에 복종하고 더 오랜 시간 더 많이 일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충분히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 당연한 원칙에 의심을 품고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을 시도하는 기업들도 많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세상에서 가장 별난 기업 셈코 스토리'(리카르도 세믈러 지음,최동석 옮김,한스컨텐츠)에 소개되어 있다.
셈코는 충성보다는 자율과 창의,더 오래 일하기보다는 더 즐겁게 일하기를 선택했다.
제목처럼 셈코는 유별난 회사다.
낯설고 당혹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특이하게 운영된다.
셈코에는 공식 규정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장기전략,사업계획,공식적인 조직구조,사명선언문 등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과 휴가,근무 장소,업무 내용,심지어 자신의 급여와 그 지급방식까지 스스로 결정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며 주목해야 할 점은 셈코의 '특이함'이 아니라 '강함'일 것이다.
세믈러의 새로운 경영방침이 도입된 이후 셈코는 40배 이상 성장했으며 현재도 매년 4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유별남 이면의 무엇이 셈코를 강하게 만들었을까? 이 책은 많은 문제의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나는 특별히 셈코를 이끄는 두 가지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 '자기경영'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리더십의 힘이다.
셈코의 무통제(방임)경영은 직원들의 태만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선심 베풀기가 아니다.
오히려 직원 스스로가 자신의 업무를 설계하고 진행과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기경영'을 극대화하는 견고한 시스템으로 작용한다.
책임 있는 경영 주체로서 감시와 통제 대신 자율성을 부여받은 직원들은 조직 내에서 상호견제를 실행하며 정열과 창의성으로 업무에 임함으로써 높은 생산성을 실현할 수 있었다.
또한 일을 할 때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반복과 지겨움과 짜증스러움을 즐거움과 창조적 영감과 자유로움으로 바꾸었다.
이것은 조직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다음은 '변화 지향'의 힘이다.
물론 모든 기업이 변화를 추진하지만 셈코의 변화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강도 높은 혁신이라 할지라도 기업의 변화는 상식과 존재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셈코에서의 변화는 상식의 울타리를 뛰어넘고 존재 기반을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의심하고,질문을 던지고,파괴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 과감하게 실천에 옮긴다.
고정된 사고의 틀을 걷어냄으로써 새로움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 책은 독특한 독서경험을 선사한다.
우리 기업들이 경영의 철칙이라 여겨왔던 여러가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 기업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관점과 성찰을 제공할 것이다.
288쪽,1만2000원.
박경미 휴잇어소시엇츠 한국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