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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서 길찾은 사람들] 중국 축산유통 새바람 '이석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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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의 한인타운으로 통하는 왕징의 아오린 슈퍼마켓 지하 1층.각종 육가공 제품이 가득 찬 매장에서 중레이식품의 이석민 사장(46)이 고객을 맞느라 바쁘다.


    베이징시 외곽에서 사료공장과 돼지 및 닭을 기르는 축산 농가까지 운영하는 그는 매장을 소개하며 "중국에 기반을 둔 종합 축산 식품 그룹을 키우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1999년 사료공장을 시작으로 축산업에 이어 가공육과 유통업에까지 진출한 그는 "성공했느냐"는 물음에 "2004년 여름부터 흑자를 내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중레이는 연간 1만5000t의 사료,9만마리의 닭이 낳는 달걀,연간 3000마리의 돼지고기를 생산하고 있다.


    종합상사 쌍용의 중국 주재원 출신인 이 사장이 중국과 인연을 맺은 건 한·중 수교 전인 90년.출장을 통해 알게 된 중국에서 95년부터 2년간 주재했다.


    회사생활 11년째인 97년 새 인생을 중국에서 시작하자는 생각에 사표를 던지고 창업에 나섰지만 길은 순탄치 않았다.


    ◆중국친구들 조언으로 시장흐름 파악


    칭화대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여하면서 IT 창업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자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고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 개인이 하기에는 마땅치 않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사장 특유의 사교성이 힘을 발휘했다.


    "중국은 인구가 많아 먹는 게 중요한 데다 소득이 올라갈수록 안전식품을 찾을 것"이라는 중국에서 사귄 친구의 조언에 귀가 번쩍 뜨인 것.이 사장은 중국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는 등 정보수집 끝에 사료공장에서 항생제를 다량 쓰는 게 관행인 걸 알고 웰빙형 사료 개발을 타깃으로 삼았다.


    베이징에서 알게 된 미국인 친구는 사료개발 과정에서 실험용으로 쓰는 닭을 본 뒤 달걀을 유기농 개념으로 팔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 즉각 오케이했다.


    베이징의 태평양백화점 고급 매장에 들어가는 달걀은 12개짜리가 17위안(약 2125원)으로 일반 중국산보다 가격이 5배 정도 비싸지만 불티나게 팔린다.


    ◆중국인과 호흡하는 경영


    이 사장에게 도움을 준 건 친구뿐만이 아니다.


    이 사장은 중국육류식품종합연구센터라는 국영기업의 연구고문이다.


    덕분에 이 회사 설비를 이용하는 등 신기술 개발에 도움을 받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들의 한국 출장을 안배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구축한 덕분이다.


    이 사장이 축산농가를 처음 운영할 때만 해도 오염물질이 생긴다며 항의하던 현지 주민들은 이젠 중레이를 자랑으로 여긴다.


    도로 수리비를 선뜻 내고,싼값으로 계란을 나눠주는 나눔경영을 펼친 덕분이다.


    이 사장은 "한국인은 굴러온 돌이다.


    박힌 돌을 뺄 수 없다.


    박힌 돌에 붙으면 된다"며 중국인들과 함께 호흡하는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다른 게 있어야 한다


    이 사장은 기술과 브랜드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실력을 발휘해 개발한 사료기술은 미생물 발효로 웰빙형인 데다 효율을 높인 게 특징.종전의 발효는 먼저 발효한 뒤 건조한 다음 포장을 해서 공급하는데 이 사장이 개발한 사료는 먼저 포장한 뒤 그 상태에서 자연발효되도록 한다.


    지난해 7월 국제특허를 획득했다.


    허난성의 푸양,산둥성의 랴오청 등 다른 지역에 사료기술을 라이선스하면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 사장은 인터넷을 뒤져 한국에서 15년간 육가공 기술에 매달린 전문가를 찾아내 임원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제도 흐름을 읽어라


    이 사장은 작년 11월 중국 상무부로부터 소매유통 비준서를 받았다.


    다른 회사의 육가공 제품도 팔 수 있게 된 것.2004년 12월 소매유통 시장이 전면 개방되자 발빠르게 신청한 덕분이다.


    아오린 슈퍼마켓에 개설한 매장을 시작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일 수 있는 기반을 잡았다.


    이 사장은 "중국에서 법을 어기면 한순간에 모든 사업이 날아갈 수 있다"며 "법을 지켜야 하고 그 동향을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으로 최근 들어 식품 검사를 강화하는 분위기여서 위생관리에 철저히 나서고 있다.


    중레이를 중국은 물론 해외증시에 상장시키겠다는 그의 말에 힘이 가득 실렸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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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서 창업 성공하려면... ]


    1.할 일은 많다


    중국은 기회의 땅이다.


    하지만 다양한 산업분야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해야 기회를 잡는다.


    중국어는 필수이고 중국어 인터넷사이트 등을 뒤져 사업 및 행정 정보를 숙지해야 한다.


    2.정도를 걸어라


    중국의 법규가 완벽하지 않다고 짜증내지 마라.현행 법의 규범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라.중국에서는 100m 경주보다는 마라톤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하나 하나 지점을 지날 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3.두려워 하지 말라


    중국시장은 위험하고 실패도 많다.


    하지만 너무 주눅들 필요는 없다.


    실패해도 다시 할 수 있다는 두둑한 배짱을 가지고 중국인들을 대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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