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지식인 僞善' 연극같이 풍자‥'손님은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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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현 감독의 느와르 '손님은 왕이다'는 한 편의 연극처럼 보인다.
깊이는 없지만 등장인물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인생은 연극이며 사람들은 무대와 상황에 따라 다른 성격을 드러내는 배우라고 말하는 듯 싶다. 영화 속 등장인물은 선인도 악인도 아니다. 그저 자신 앞에 펼쳐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표정을 바꿀 뿐이다.
이야기는 이발사를 천직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성지루)에게 협박자(명계남)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손님은 왕이다'란 글귀 아래 십자가가 단정하게 걸려있는 이발소는 금세 위협과 공포의 산실이 된다. 하지만 순박하게만 보였던 이발사는 반격을 모색한다. 이발사인 남편에게 애교만점인 아내(성현아)는 그의 눈을 벗어나는 순간 외간남자를 유혹하는 요부가 된다. 이발사에게 은인같던 해결사(이선균)는 또 다른 협박자로 돌변한다. 등장인물은 이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상반된 얼굴로 변화한다. 변신의 동인은 일그러진 욕망이다.
감독이 외국어 이해도를 잣대로 인물 간의 지배와 종속 관계를 구축하는 설정은 흥미롭다. '클라이언트'(고객)의 뜻을 모르는 이발사는 아내에게 끌려다니고,'스트라디바리'(명품바이올린 제작자)를 모르던 아내는 협박범에게 굴복한다. 요컨대 협박범은 '지식 피라미드'의 최상층에 있다. 지적 허영이 타인을 가해할 수 있는 상황을 통해 지식인의 위선을 풍자하는 것이다.
장식과 소품을 배제한 공간적 배경은 관객이 인물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협박범역 명계남의 실제 인생이 작중 인물에 투영된 것도 '인생은 연극'이란 주제를 뒷받침한다. 김양길이 한때 잘 나가던 영화배우였지만 요즘 출연제의가 거의 없다는 설정도 명계남의 근황과 일치한다.
23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