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韓美) 합작 정유업체인 GS칼텍스가 셰브론측에서 파견한 미국측 임원의 전면 철수로 한국인 중심의 독립경영에 나섰다. 이는 지난 1967년 한국과 미국이 합작법인을 설립한 지 40년 만으로 GS칼텍스의 독자적인 해외 진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말 지트 빈드라 수석 부사장(Jeet Bindrags·59) 등 대주주인 미국 셰브론측 임원 4명이 모두 본국으로 돌아갔다고 8일 밝혔다. GS칼텍스는 그러나 셰브론과 GS 간 50대 50 합작관계는 계속 유지하며 한달에 1∼2회 한미 양국을 오가며 경영협의를 지속한다고 설명했다. ◆40년 만의 독립경영 지난 67년 한국의 GS(당시 럭키금성)가 30%,서정기 호남정유 사장 20%,미국 셰브론과 텍사코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합작법인인 칼텍스가 50%를 출자해 설립한 GS칼텍스는 출범 당시 모든 경영활동을 한국측과 미국측이 공유했다. 한미 양측의 공동경영은 합작 20년 만인 지난 1987년 미국측 임직원이 대거 철수하면서 자율경영으로 바뀌었다. 셰브론측은 생산 영업 재무 기획 등 핵심부서에 외국인 이사를 파견해 투자 등 주요 결정사항에 대해서는 꾸준한 협의를 진행했으며 일상적인 경영활동은 한국측이 자율적으로 맡아왔다. GS칼텍스는 하루 65만배럴규모의 원유정제시설을 갖춰 셰브론(지난해 텍사코를 합병)이 해외에 투자한 정유시설 가운데 아시아태평양지역 최대규모 업체로 성장했다. 이 같은 자율경영도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변화하게 됐다. 셰브론과 GS는 지난해 업무방식 변경을 협의했으며 셰브론측 임원이 모두 철수하고 모든 경영활동을 GS측이 맡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인사에서 생산본부장인 허진수 부사장과 정유영업본부장인 나완배 부사장이 사장으로,사업전략부문장인 김병열 전무가 부사장으로 각각 한직급씩 승진해 외국인 임원들의 철수로 생긴 빈 자리를 메웠다. ◆신뢰정착과 고유가 환경이 원인 셰브론과 GS의 합작경영이 이처럼 바뀐 배경은 양측 간 신뢰형성이 가장 큰 이유다. 셰브론측은 GS의 경영활동에 신뢰를 갖게 되면서 20년 만에 일부 임직원들이 철수했고 또 다른 20년이 지나면서 남은 임원들마저 물러나 아예 모든 경영활동을 한국측에 맡기기로 했다. 또다른 이유는 유가변동에 따른 경영환경의 변화다. 합작 당시 셰브론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개발한 유전의 안정적인 공급처가 필요했고 GS칼텍스는 원유의 대부분을 셰브론측으로부터 공급받았다. 1986년부터 저유가와 함께 찾아온 '3저 호황'에 힘입어 국내 석유수요가 크게 늘었고 셰브론측으로부터 받는 원유만으로는 부족했다. 이에 따라 GS칼텍스는 셰브론 이외에 다른 곳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등 자율성을 높여왔다. 지난 2003년부터는 초고유가 환경이 엄습했다. 이 때부터는 원유확보가 모든 국가들의 공통과제가 됐고 GS칼텍스도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처를 찾는 데 주력하게 됐다. 자연히 셰브론과 GS칼텍스 간 협력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GS칼텍스 해외진출 확대될 듯 GS칼텍스는 40년 만의 독립경영에 나서면서 해외진출을 확대할 전망이다. 초고유가 상황에서 더이상 셰브론측의 눈치만 살필 필요가 없어서다. 허동수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올해는 유전개발과 중국사업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지난 2003년 캄보디아 해상광구 개발에 나서 현재 2기 탐사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지난해 10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러시아의 서캄차카 해상광구에 대한 지분참여를 결정하는 등 석유탐사를 계속키로 했다. 허 회장은 "2010년까지 회사 자체 석유 소비량의 10% 정도를 자급하겠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이와 함께 중국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윤활유나 주유소사업의 중국 진출을 추진 중이다. 올해 안에 가시적인 계획이 마련될 전망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