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허벅지와 다리,교과서 같은 스윙,나이답지 않은 침착함….'


박세리를 연상시키는 유망주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유럽여자프로골프(LET) 시즌 개막전인 ANZ레이디스마스터스(총상금 80만호주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한 양희영(16·에이미 양)이다.


양희영은 5일 호주 퀸즐랜드주 골드코스트 로열파인리조트(파72·길이 6396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캐서린 카트라잇(23·미국)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7m짜리 롱버디퍼트를 떨구며 또 한 명의 신데렐라 탄생을 예고했다.


이 대회에서 아마추어 우승은 1985년 질리언 스튜어트 이후 21년 만이다.


수영선수 출신인 양희영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작은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했다.


국내에서 주니어 선수생활을 했지만 입상성적이 전무할 정도로 무명이었다.


양희영이 호주로 골프유학을 떠난 것은 14개월 전.국내에서는 골프를 배우기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유학을 결심했다.


충남 서산 서령고 체육교사이던 아버지 양준모씨(42)는 교사직을 내던지고 딸의 미래에 모든 것을 걸었다.


서산중 교사인 어머니도 휴직계를 내고 딸의 뒷바라지에 나섰다.


현재 호주 골드코스트 로비나 스테이지 하이스쿨 11학년인 양희영은 호주 체류 7개월이 지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키 173cm에 몸무게 77㎏으로 27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겸비한 양희영은 호주 여자 아마추어 골프스트로크플레이챔피언십 2위,뉴질랜드 여자 아마추어챔피언십 우승을 비롯해 퀸즐랜드주 아마추어챔피언십,그레그 노먼 주니어 마스터스 등에서 정상에 오르며 호주 여자 아마추어 최강자가 됐다.


이번에 출전한 ANZ레이디스마스터스에서 그는 '경험을 쌓으러 나왔다가' 덜컥 우승했다.


양희영은 1,2라운드에서 '36홀 노보기 플레이'를 펼치며 선두에 나섰다.


마지막 홀에서 아쉽게 보기를 범해 연장을 허용했으나 연장 첫 번째홀에서 7m 버디를 떨구며 파에 그친 카트라잇을 제쳤다.


양희영은 앞으로 호주 시민권을 획득한 뒤 현지 투어를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LPGA투어에 곧바로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양희영과 마지막 챔피언조에서 함께 플레이한 재미교포 티파니 조도 이날 3언더파 69타를 쳐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3위에 올라 한국계 아마추어 선수들이 돌풍을 일으켰다.


디펜딩 챔피언 캐리 웹은 합계 3언더파 285타로 공동 33위,미야자토 아이는 합계 1오버파 289타로 공동 49위에 그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