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머금은 남풍이 불어오는 계절.제주는 벌써 봄색으로 물들었다.


성산 일출봉 근처는 온통 샛노란색,봄의 전령 유채꽃이 활짝 피었다.


머리에 하얀 눈을 인 한라산의 모습과 어울린 유채밭 풍경이 화사하다.


그 꽃밭 길의 걸음걸음이 그렇게 상큼할 수 없다.


바람 끝은 이미 한겨울의 그 날카로운 힘을 잃어버렸다.


중문으로 향해 보자.화산섬의 상징 현무암이 빚어낸 해안비경이 신비로운 곳이다.


대표적인 게 지삿개 주상절리대.공들여 깎은 바위를 세워 첩첩이 쌓은 듯 웅장한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삿개 주상절리대는 그러나 너무 알려졌다.


좀 더 오붓한 산책을 원한다면 갯깍주상절리대를 찾아보자.갯깍주상절리대로 가는 길은 두 가지.하나는 논짓물에 차를 세우고 중문관광단지 방향으로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방법과 중문관광단지 내 하얏트 호텔 옆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봄맞이 산책이라면 논짓물에 차를 세우고 천천이 걷는 게 좋겠다.


논짓물은 예례 생태마을의 중심지.지하에서 솟아오르는 용천수가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한라산에 내린 눈이 용암지대를 지나 지하로 흘러 든 다음 압력에 의해 해안가 여기저기서 물이 솟아오른다.


여름철에도 손이 시릴 정도로 맑고 차가운 물이다.


중문관광단지 쪽으로 걷다 보면 갯깍주상절리대의 웅장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조각품이 입을 벌어지게 만든다.


지삿개 주상절리대가 화려한 장식의 다보탑이라면 갯깍주상절리대는 단정하면서도 수수한 석가탑에 비할 수 있겠다.


그만큼 푸근하고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다.


산책길 끝에 조른 모살 해수욕장이 있다.


아주 작고 아름다운 모래해변으로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서로 몸을 붙이고 밀어를 나누기에 좋다.


내친 김에 한라산 눈꽃트레킹도 즐겨보자.올겨울 제주는 유난히 눈이 많아 눈꽃 트레킹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영실 코스가 알맞겠다.


조금은 가파른 구간도 있지만 오름길 내내 바다까지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윗세오름에서 보는 한라산 분화구 풍광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