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원·달러 환율이 2일 10원 넘게 급반등하면서 서울 외환시장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950원 선마저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팽배했으나 이날은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낙관론이 확산되는 분위기였다.

원·달러 환율이 네자릿수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까지 나왔다.

엔·달러 환율 상승,1월 무역수지 흑자 급감,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 전환 등 외환시장 주변 상황이 원·달러 환율 상승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힘받는 미 달러화 강세론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환율 하락 요인에만 주목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환율이 급락한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시장 참가자들이 '상승 요인'에 무게를 두고 환율을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약세를 보이던 미국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114엔 초반대까지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은 이날 118엔대까지 상승,작년 말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지난 1일 새벽(한국 시간)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게 달러화 강세의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 지표들이 호조를 이어간다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본의 다이와연구소는 이날 "미국의 고용 지표가 호전되면 엔·달러 환율이 119엔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미쓰비시UFJ은행도 "엔·달러 환율이 118엔대 후반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장기 반등 바탕 마련

그동안 원·달러 환율 하락의 주된 요인이었던 서울 외환시장의 달러화 공급 우위 현상도 점차 해소되고 있다.

우선 1월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5억9000만달러에 그쳐 30개월 만에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밑돌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내수 경기가 회복되면 수입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축소돼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화 공급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이후 9일째(거래일 기준)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이 이날 순매도로 전환한 것도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또 오는 3,4월에는 12월 결산법인으로부터 배당금을 지급받은 외국인들이 본국 송금을 위해 달러화를 사들여야 하는 데다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자금이 3월 초 중국은행의 기업공개(IPO)로 인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진우 농협선물 금융공학 실장은 "지금 원·달러 환율은 '오버 슈팅(과도한 하락)'의 끝자락을 통과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네자릿수로 급반등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