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LG화재‥"달리면서 나눠야죠" 이름·사옥 바꿔 2위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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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재는 오는 4월1일부터 회사 이름을 'LIG손해보험'으로 바꾼다.
업계 최초로 '손해보험'이라는 명칭을 회사 이름으로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기업이미지 구축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Leading Insurance Group'의 약자로 담고 있는 의미가 적지 않다.
이에 앞서 이달 17일엔 본점도 옮긴다.
현재 쓰고 있는 서울 중구 다동소재 사옥을 매각하고 강남구 역삼동 신축 사옥(LIG타워,구 목화예식장 자리)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다.
'집도 바꾸고 문패도 바꾸는'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셈이다.
LG화재는 이 변화를 '고객 주주 임직원 파트너에게 최고의 신뢰와 만족을 제공하는 일등보험금융그룹'으로 거듭나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내실있는 2위 회사 전략
LG화재는 1959년 범한해상보험으로 설립됐다.
1999년 말 LG그룹에서 계열분리 된 후 줄곧 업계 4위에 머물러왔다.
장기적인 정체 상태에 빠져있던 LG화재는 구자준 부회장의 대표이사 취임(2002년 5월)과 함께 성장을 향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03년 선포한 'VISION 2010'은 변화의 출발점이 됐다.
비전을 선포한 이래 '질(質)을 기반으로 한 성장' 전략과 혁신활동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매년 3000명가량 설계사를 충원하고 전문교육을 실시하는 등 영업의 기초 체력을 강화했다.
또 고사업비 구조를 해결해 수익구조를 크게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LG화재는 2005회계연도 들어 12월까지 업계 최고 수준의 매출 성장률(13.5%)을 기록,2조6026억원의 원수보험료를 거둬들였다.
이에 따라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7%포인트 상승한 14.8%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내면서 매출면에서 업계 3위로 올라섰다.
LG화재는 2010년까지 업계 2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LG화재가 외형확대에만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구 부회장은 손사래를 치며 그게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는 "외형 순위경쟁에 연연하기보다 기존 영업채널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며 "장기보험의 구성,계약의 질,수익성,전업조직 규모 등 경영의 중요한 지표면에서 골고루 2위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구 부회장은 "내가 회사의 오너(일가포함 지분율 23.0%)이기 때문에 단기실적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며 "저축성보험 판매를 강화해 갑자기 외형을 불릴 수도 있지만 그런 무리수를 두진 않겠다"고 잘라 말한다.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가며 탄탄한 기업으로 키워가겠다는 구상이다.
요즘 급등하고 있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와 관련해서도 보험사기 예방,소송억제,정교한 손해사정 등을 통해 보험금 절감노력을 기울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존경받는 일등기업 되겠다"
LG화재는 올해 목표를 '존경받는 일등기업이 되는 것'으로 정했다.
구 부회장은 존경받는 일등기업의 조건으로 가치혁신,나눔경영 확대,종업원 만족도 제고 등을 제시했다.
LG화재는 그동안 신시장 개척에 앞장서 왔다.
홈쇼핑 판매 시장도 손보사 중 가장 먼저 진출했고,방카슈랑스 분야에서도 다른 회사에 앞서 시장을 공략했다.
작년 5월엔 업계 최초로 장기보험 브랜드(엘플라워)를 도입하기도 했다.
올해도 미개척의 블루오션 영역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VIP 등을 타깃으로 한 자산관리형 상품을 개발하고 헬스케어 서비스를 부가한 보충형 민영 건강보험 개발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LG화재는 지난 2년간 EVC 6시그마로 대변되는 혁신활동을 통해 프로세스 혁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06년에도 이 같은 혁신활동을 더 강화해 사고의 혁신,사업포트폴리오의 혁신,경쟁방식의 혁신,운영의 혁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나눔경영과 관련,LG화재는 작년 10월 임직원과 영업조직 1만명을 대원으로 하는 엘플라워봉사단을 발족했다.
LG화재의 사회공헌 활동을 대표하는 기구로 자리매김된 이 봉사단은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스스로 밝고 아름답게 삶을 가꿔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LG화재는 또 박영석과 오은선 등 산악인들을 지속적으로 후원해 오고 있다.
무용계 발전을 위해 8년째 재능 있는 신인 안무가의 등용무대를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민간기업이 매년 특정 기획을 지원해 준 사례는 무용계 역사에 전무후무한 일로 평가받고 있다.
LG화재는 종업원에게 즐거운 일터를 제공하는 것도 중시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아침 7시 이전,저녁 7시 이후에는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반복된 야근으로 피로가 쌓이고 이로 인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7-7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공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공식적인 업무 시간 외에 근무할 수 없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실제로 야근 문화가 없어진 뒤로 직원끼리 잡담을 하거나 웹 서핑을 하는 데 업무 시간을 허비하는 습관이 사라져 조직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구 부회장은 말한다.
또 한 달에 하루씩 가정의 날을 지정,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도록 하고 주말에는 회사에서 마련한 농장을 찾아 작물도 가꿀 수 있게 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