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빠른 속도로 떨어져 원·달러 환율 960원 선과 원·엔 환율 820원 선이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 환율 하락에 무게를 두고 있는 외환시장의 관심은 환율 하락폭에 쏠리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원·엔 환율은 800원,원·달러 환율은 머지 않아 950원 선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이 대외변수와 무관하게 국내 수급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외국인들이 주식 투자를 확대할 경우 환율이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물론 단기에 과도하게 빠진 하락폭을 감안하면 추가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950원 선 하향 돌파 가능성 최근 며칠간 원·달러 환율은 엔·달러 환율과 다른 움직임을 보여왔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8일 연속(거래일기준) 주식을 순매수한 영향으로 달러 공급이 증가한 탓에 환율 하락 행진이 이어졌다. 앞으로도 원·달러 환율은 미국 달러화의 움직임뿐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투자 전략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황태연 동양선물 연구원은 "올 들어 외국인들이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신흥시장 국가에서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당분간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황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지지선은 950원 선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초 원화를 포함,아시아 통화들을 전략적으로 매수한 해외투자은행 등 역외세력들의 공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대내외 환경을 보면 원·달러 환율 하락에 무게가 실리는 데다 역외의 투기적 공격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조만간 시장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작용하고 있는 950원 선을 하향 돌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엔 하락이 더 문제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보다는 원·엔 환율 하락에 더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한·일 양국 제품 간의 경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수출 상위 품목의 한·일 간 중복이 심한 상황에서 원·엔 환율 하락은 한국 수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특히 통신장비,전자기계부품,컴퓨터,디지털 TV 등 IT제품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역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 상위 50대 품목 중 일본과 중복되는 품목 비중이 1998년에는 18.3%까지 낮아졌으나 이후 꾸준히 높아져 2004년에는 46.1%까지 높아졌다. 교역구조가 갈수록 원·엔 환율 하락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극수 무역연구소 동향분석팀장은 "원·엔 환율 하락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분석이 있지만 원·엔 환율 하락은 일정 시차를 두고 우리 수출에 영향을 준다"며 "원·엔 환율 하락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