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펀드 헤르메스의 삼성물산[000830] 주가조작 사건은 지난 2004년 12월 증권가에 소문으로 유포되기 시작했다. 그해 12월 3일 헤르메스는 보유중이던 삼성물산 주식 777만2천주(지분율 5.0%)를 전량매도, 292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고 헤르메스의 담당 펀드매니저도 보유중이던 삼성물산 우선주 8천300주를 모두 팔아 5천400만원의 차익을 거뒀다. 매각 며칠 전인 11월 29일 헤르메스의 담당 펀드매니저가 국내 모종합일간지 인터뷰를 통해 삼성물산의 인수합병(M&A) 및 헤르메스의 M&A 지원 가능성을 제기했던 점이 의혹으로 떠올랐다. 펀드매니저가 인터뷰를 자청한 데다 이후 M&A 재료로 인해 주가 상승세를 탔기때문이다. 의혹이 번지면서 금융감독원은 그해 12월 7일 헤르메스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지난해 3월에는 이례적으로 영국 현지에 조사팀을 파견하는 등 정밀분석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은 헤르메스에 대한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입장을 수차례 표명했고 금감원의 조사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용두사미(龍頭蛇尾)'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 22일 삼성물산 주식 주가조작 혐의로 헤르메스와 담당 펀드매니저, 국내 D증권사 해외현지 법인 주재원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발표했다. 검찰고발 후에도 헤르메스는 국내 홍보대행사를 통해 삼성물산 M&A 보도를 유도한 적이 없다며 주가조작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는 등 반박 보도전을 폈다. 헤르메스의 담당 펀드매니저는 국내 검찰 출두를 기피했으나 CEO 토니 왓슨씨 등 경영진 2명은 12월 2일 검찰을 방문, 진술에 응하는 등 검찰수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