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신년 기자회견 때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으로 철도공사의 막대한 부채규모(10조원)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민원에 따른 설계변경, 시민.환경단체의 반발 등으로 경부고속철도 건설이 지연되면서 공사비가 당초 계획(5조8000억원) 보다 3.7배(22조원, 2010년 추정) 늘어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또 고속철 이용객이 하루 8만6000명으로 예상치(15만명)를 훨씬 밑돌아 운행할수록 적자가 늘어난다는 점도 부채를 키우고 있는 다른 원인이다. 사업성이 없는 러시아 유전에 투자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광명역사를 건설하는 등 방만경영도 한몫을 했다. 따라서 철도공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철도공사의 체질을 뜯어고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철도공사측은 부채를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년 1000억∼3000억원 순손실 철도공사의 눈덩이 부채는 경부고속철 건설이 주된 원인이다. 정부는 2004년 철도 구조개혁을 하면서 철도청을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으로 분리했다. 철도시설공단은 선로 건설을 전담하고 철도공사는 운영과 유지보수를 맡고 있다. 이로 인해 역사와 차량은 철도공사가,선로는 철도시설공단이 각각 소유하게 됐다. 분리 당시 경부고속철 건설로 생긴 부채는 10조원 정도였다. 고속열차 도입비 등 고속철도 운영부채 4조5000억원이 철도공사로 넘어왔다. 철도시설공단은 고속철도 건설부채 5조5000억원을 떠안았다. 철도공사는 철도시설공단에 매년 선로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철도시설공단이 부담하는 부채도 결국 철도공사가 떠안은 셈이라고 주장한다. 이익을 내 부채규모를 조금씩이라도 줄여갈 수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운영에서도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정부로부터 넘겨받은 부채에 대한 이자가 한 해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주 수입원인 운송수입(영업수익)의 경우 목표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철도공사의 무리한 사업추진도 '화'를 불렀다. 당시 철도청이 야심적으로 추진한 민자역사의 상당수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4년에는 200억원을 들여 무려 11개의 자회사를 만들어 59억원의 적자를 봤다. 본업도 아닌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에 투자해 계약금(65억원)의 절반을 날렸고 행담도 개발 게이트에 연루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광명역사 등 주요예측에 실패한 역사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4000억원을 투입했지만 하루 이용객은 예상치(2만4000명)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 강구해야 전문가들은 더 이상 철도공사 수술을 미뤄선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제성 없는 호남고속철 마저 건설되면 철도공사는 사실상 파산 상태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특히 호남고속철의 공사비용이 현재 10조979억원(국토연구원 추정)으로 예상되지만 경부고속철의 경우에 비춰봤을 때 공사비가 수십 조원으로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고속철 부채를 정부에 넘기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결국 혈세를 쏟아붓는 일이어서 국민과 정치권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다. 호남고속철도 건설시엔 국고 부담 수준을 85%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국토연구원 정일호 연구위원은 "경부고속철도 수준(35%)으로 국고 지원을 할 경우 철도공사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