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바둑 사이트들이 한국기원과 온라인 중계권료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이 지난 18일 끝난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을 온라인으로 중계했으나 소호, tom, 혁성 등 중국내 많은 사이트들은 전혀 보도하지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 모든 대회 기보를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던 중국 팬들은 물론 정관장배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어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중국 바둑 사이트들이 일제히 정관장배를 외면한 것은 지난해부터 한국기원이 온라인 바둑 중계에 대한 중계권료를 요구한 데 따른 반발 때문. 중국의 대표적 포탈 사이트인 시나닷컴은 지난해 12월 소호, tom, 혁성 등 자국내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 '시나닷컴이 한국의 인터넷 바둑업체 사이버오로(세계사이버기원)와 맺은 계약상 한국기원이 주관하는 모든 기전에 대한 생중계와 기보 관련 서비스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고 통하면서 관련 사이트에 한국기원 주관 기전의 온라인 생중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법률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임을 강하게 경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 바둑 사이트들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이창호 9단과 중국 뤄시허 9단간 삼성화재배 결승대국의 인터넷 생중계를 강행, 시나닷컴의 경고를 묵살했다. 당시 뤄9단이 우승한 이 대국 온라인 중계는 방문자 수에서 중국 바둑 인터넷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독점 계약을 무시하고 중계를 강행했던 중국 바둑 사이트들은 이번 정관장배 대회 때는 '외면'이라는 또 다른 방법으로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중국 바둑사이트의 한국 프로기전 중계에 대한 한국기원의 입장은 단호하다. 한국기원은 자신들이 주최 또는 주관하는 공식 프로기전 대국의 기보에 관한 권리가 고유의 재산권이라 주장하고 있고 실제로 이 권리는 국내 바둑계에서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 한국기원의 기보에 대한 권리는 지난 2000년 공모를 통해 마련한 30억원의 자금으로 설립된 ㈜세계사이버기원이 행사한다. ㈜세계사이버기원은 한국기원에 20억에 해당하는 지분을 증여함으로써 인터넷사업 독점 대행권을 얻었고 이에 따라 매년 1억원 가량의 인터넷사업권 대행료를 한국기원에 지불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기원은 중국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도 한국기원이 주최, 주관하는 프로기전의 대국을 중계하려면 국내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중계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계사이버기원의 한 관계자는 "협상절차를 밟아달라는 제안을 무시한 해당사들이 여자기전인 정관장배는 보이콧하고, 이창호 9단과 최철한 9단이 두는 국수전 도전기는 생중계할 것을 예고하는 등 지능적인 이중플레이를 펼치고 있다"며 담합에 의한 협박이나 무단 중계강행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양형모 객원기자 ranbi361@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