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을 끌어온 금융계 숙제인 생명보험회사 상장 문제가 이번에는 해결될 수 있을까. 정부가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생보사 상장 방안을 다시 만들기로 함에 따라 생보사 상장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증권선물거래소 상장 규정을 개정,생보사 상장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생보사 상장은 1989년 4월 교보생명이 기업 공개를 전제로 자산 재평가를 실시한 이후 수차례에 걸쳐 추진됐지만 번번이 업계와 시민단체 간 입장이 엇갈려 유보돼 왔다. 이는 생보사 상장을 둘러싼 핵심 쟁점인 상장에 따른 차익배분 문제를 놓고 전혀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생보사들이 이익을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유배당 상품을 판매하면서 성장해왔기 때문에 보험 계약자도 상장 차익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생보사의 경우 상호회사적 성격이 농후하다며 이 같은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은 주식회사에 대해 상장 차익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해 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생보사에 대해서도 일반 주식회사와 똑같은 상장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며 "상장차익 배분 문제는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소지도 안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본 확충을 위해 상장을 강력히 희망하는 교보생명의 경우 그동안 상장 차익의 일부를 공익재단에 출연하는 것에 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교보생명은 금융당국에 대해 먼저 상장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줘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현재로선 이 같은 쟁점에 대해 생보사와 시민단체가 평행선을 그린 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생보사 상장에 대한 기대감 내지 요구는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진 게 현실이다. 불은 중·소형 생보사들이 먼저 지폈다. 신한생명은 주식 교환을 통해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되며 간접 상장되는 효과를 봤다. 또 미래에셋 금호 등 중·소형 생보사들은 작년 하반기 상장을 전제로 일반공모 방식의 증자를 실시했다. 일반인들은 증자 가능성을 내다보고 이들 생보사 주식 투자에 대거 나섰다. 올 들어선 동양생명이 1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생보사 상장 문제의 중심에 있는 두 회사인 교보생명과 삼성생명도 상장이 절박한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상장을 원하고 있고 삼성생명의 경우 대주주 의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삼성자동차 부채를 원활히 처리하기 위해서도 상장이 필요하다. 특히 교보생명은 조기상장 방침을 정하고 분기별로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IR(기업설명회)를 실시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여 왔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다 자본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올해 중 생보사 상장을 허용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가 상승 추세이니만큼 시장에 우량 기업을 공급해 투자자들의 투자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로 보인다. 생보사 상장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여러 차례 만들어지고 의견 수렴도 활발했지만 매번 유야무야됐다. 금융당국의 어느 누구도 추후 책임 문제를 의식해 섣불리 매듭을 풀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시민단체도 생보사도 설득하지 못했다. 이번의 경우 정부가 거래소 상장 규정을 손질하겠다고 밝히는 등 어느 때보다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 쪽과 금융당국이 긴밀히 조율 과정을 거쳤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는 이 참에 생보사 구분 계리와 상장 문제를 함께 마무리 지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반발과 계약자들의 요구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어떻게 반영해 가며 상장을 관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