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지난 11일 455명에 달하는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올해 재계 인사도 거의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올해는 유난히 신규 임원 승진자들이 많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유임을 선택한 기업이나,물갈이를 단행한 기업이나 모두 신규 임원들을 대거 승진시켜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또한 성과주의에 입각한 발탁인사와 해외파를 중심으로 한 외부인사 영입도 두드러졌다.


◆신규 임원 승진자 많아


삼성그룹은 올해 사장단 승진폭을 지난해와 같은 3명 수준으로 축소했다.


통상 10명 안팎이던 사장단 승진폭이 2년째 줄었으며 삼성물산 상사부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 사장들이 자리를 지켰다.


반면 삼성은 전무 이하 직급에서 대거 승진자를 냈다.


전무 승진자는 지난해보다 16명 증가한 85명을 배출하고 상무 승진자도 21명 늘어난 145명에 달했다.


상무보 승진자는 다소 줄었으나 207명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웠다.


올해 비교적 큰 폭의 물갈이를 단행한 LG그룹은 신규 임원 승진자가 82명으로 아예 전체 승진자의 80%를 넘어섰다.


안주하는 기미가 보이거나 '1등' 달성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 사장들을 모두 퇴진시킨 LG는 새 얼굴 대거 발탁을 통해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현대자동차그룹도 185명 승진자의 절반에 가까운 85명이 새로 '별'을 달았다.


신세계그룹은 32명 가운데 19명(59.4%),CJ그룹도 23명 중 18명(78.3%)이 임원명부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와 CJ는 신규사업 진출을 늘리는 등 외형이 커지면서 임원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수혜(?)를 보는 직원들이 많았다.


◆발탁인사도 두드러져


삼성은 지난 9일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한 김종호 삼성전자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담당분야에서 획기적인 업적을 거둔 임직원을 발탁했다.


삼성전자 조세제 전무와 임영호,장태석 상무보,삼성물산 이수용 상무보 등도 자랑스런 삼성인상 수상자다.


삼성은 또 승진자들 가운데 기술직군 임원이 199명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해 '기술중시' 전략을 반영했다.


특히 기술직 신임 임원의 승진자는 99명으로 전체 신임 임원의 48%를 차지했다.


이 밖에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피터 위드폴드 부장이 상무보로 승진해 5년 연속 외국인이 정규임원으로 승진하는 등 외국 인재들을 꾸준히 등용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성과주의 인사로 조직 분위기가 활성화되고 이를 최선의 경영성과로 연결하기 위해 이번 인사에서도 발탁인사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도 이마트부문 심화섭 상무를 임원으로 영입하는 등 모두 5명의 임원을 외부에서 수혈했다.


심 상무는 SK그룹의 중국 진출을 이끌던 중국 전문가로 신세계의 중국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두산그룹도 8명의 임원을 외부에서 데려왔다.


CJ는 홍보부문에서만 19년 재직한 신동휘 상무를 발탁,다른 임원들보다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를 임원 반열에 오르게 했다.


SK텔레콤도 조직개편과 발탁 인사를 통해 신규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차세대 최고경영자 감으로 분류되던 이석환 전무는 중국 사업 총괄로 발탁돼 중국 시장에서 제2의 창업을 선언한 SK그룹의 의지에 한층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또 자회사인 TU미디어 부사장으로 '영업통'인 박병근 부사장을 승진 발령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위성DMB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이재용 상무 승진 제외


관심을 모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승진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초 전무로 승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공연히 비판여론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찬가지로 삼성 구조조정본부 고위 관계자들의 승진이 최소화된 점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구조본과 삼성전자의 홍보팀 인력은 승진명단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에서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에 힘입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 승진자인 김광태 삼성전자 전무는 공채 출신 '홍보맨'으로는 처음으로 전무까지 승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정태웅·이태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