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 이번주 들어서도 증시가 폭락하자 각 증권사 지점에는 개인투자자들의 '항의성' 문의 전화가 봇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유선 전화 및 휴대폰 벨 소리와 증권사 직원들의 응대 목소리로 인해 일부 증권사 객장은 극히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예전처럼 객장에 직접 나와 큰소리로 항의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고객은 많지 않았다. ○…개인투자자들의 문의는 보유주식 처분 여부와 주식형 펀드 환매 타이밍 등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강광희 대한투자증권 신촌지점장은 "불안해 하는 고객이 조금씩 늘면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면서도 "전체적인 반응은 좀 더 기다려 보자는 쪽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이긴 하지만 오히려 펀드 신규 가입을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서울 강남지역 영업점 관계자는 "코스닥시장 투자자를 중심으로 손실을 보고서라도 빠져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사례가 많다"며 "코스닥시장의 경우 이런 추세라면 투자심리 회복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펀드 환매의 경우 적립식 가입자가 많아 과거처럼 주가 폭락에 민감하지 않은 데다 거치식 투자자도 이미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아직은 큰 동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화증권 일선 지점 관계자도 "투자자들의 혼란도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양상"이라며 "지난해 11월 이후 코스닥시장에 직접 뛰어든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극에 달해 있다"고 설명했다. ○…상승장을 주도해 온 기관투자가들의 매수가 위축되며 급락장이 시작된 만큼 반등의 키도 기관이 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며칠간의 상황은 기관 매수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KB자산운용 이원기 사장은 "기관 매수세의 실종으로 개인들의 매물을 받아 줄 매수세가 공백 상태를 나타내면서 주가가 급락했다"며 "기관매수세 재개가 반등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시장에 뛰어든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지난 두 달간 상승분을 최근 일주일 새 모두 날렸다며 허탈해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증권사 객장에서 만난 이모씨(서울 목동)는 "5년 전 다시는 주식 투자를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가 '이번엔 다르겠지' 하는 생각에 두 달여 전 계좌를 만들었는데 지난주 이후 그동안의 수익을 다 까먹고 손실을 보게 됐다"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증시가 연일 급락세를 나타내면서 위탁자 미수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향후 '깡통계좌'가 속출하는 등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재 미수금 잔액은 전날보다 3824억원 급증한 2조9973억원을 기록,종전 사상 최대치인 9일의 2조7349억원을 넘어섰다. 미수금은 코스닥시장이 급락을 시작한 지난 17일보다는 5687억원 늘어난 상황이다.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미수금 등을 이용해 무리하게 주식을 매수한 개인이 급증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임영록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23일 코스닥지수 폭락은 기관 매도 때문이고 코스피 지수는 코스닥시장 흐름에 영향받은 개인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급락했다"며 "몇 가지 악재에 시장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상목 증권제도과장은 "최근 주가 급락은 개인투자자들의 단기 매매에 영향받은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은 기본적인 시각에 변화가 없을 뿐 아니라 최근 주가 하락기를 틈타 오히려 주식을 사고 있다"며 "시장 구조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좋아진 기업 실적 등을 고려할 때 개인투자자,특히 간접 투자자들이 동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수언·안재석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