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신화의 대명사로 지난 2002년 부도처리된 메디슨이 이르면 다음 달 EBO(종업원 기업인수)방식으로 법정관리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메디슨의 우리사주조합은 사모투자펀드(PEF)인 칸서스자산운용과 손잡고 공동경영 체제를 구성키로 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슨의 우리사주조합과 칸서스자산운용은 지난 20일 메디슨의 경영정상화 및 공동경영을 위한 기본 합의안을 법원에 전달했다. 칸서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설 전까지 정리절차 종결안에 대해 채권단의 동의를 얻은 뒤 법원에 회사정리 절차 종결을 공식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법원에서 특별한 하자를 지적하지 않는다면 이르면 다음 달께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본 합의안에 따르면 현재 메디슨의 지분 16%를 보유 중인 칸서스자산운용은 향후 추가 매입을 통해 20%까지 지분을 늘리기로 했다. 이 경우 칸서스자산운용과 우리사주조합은 각각 20%와 18.2%씩 총 38.2%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양측은 경영권 안정을 위해 서로에 지분 우선매수권을 부여함으로써 한쪽이 일방적으로 제3자에게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도록 했다. 컨소시엄은 법정관리를 탈피하는 대로 양측이 같은 비율로 추천한 이사들로 새 이사회를 구성키로 했다. 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 전문가,교수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경영지원자문단을 설치해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할 때 참여시킬 방침이다. 메디슨은 지난 85년 이민화 전 회장 등 KAIST 연구원들이 모여 세운 기업이다. 이 전 회장 등은 당시 국책연구개발과제인 초음파 영상 진단기 국산화 사업을 연구하다 직접 창업,회사를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등 벤처 성공사례로 꼽혔다. 메디슨은 이후 한글과컴퓨터 등을 인수하는 등 벤처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시가총액 1조원에 16개 해외 투자법인을 소유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0년 주식시장 폭락으로 투자주식 가치가 급락하고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2002년 부도를 냈다. 메디슨은 2002년 말 법원으로부터 정리계획안을 인가받으며 당시 3500억원의 채무 가운데 2000억원을 출자전환 받고 나머지 1500억원을 10년에 걸쳐 상환키로 약속했다. 메디슨은 작년 말까지 970억원을 변제하고 나머지 530억원의 채무만 남겨둔 상태다. 메디슨 관계자는 "지난해 신제품 출시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많이 나 충분한 현금을 유보하고 있다"며 "당장이라도 모든 채무를 상환할 수 있을 정도로 재무구조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