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재계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경기침체와 환율 및 유가불안 여파로 잔뜩 위축됐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연초부터 주요 기업들은 사상 최대 매출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내수경기 회복세에 힘을 더하며 경제활성화를 이끌어내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겠다는 의지를 거침없이 내비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기업들이 '방어 태세'에서 '공격경영 모드'로 적극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입지 다지는 삼성과 현대차


올해 그룹 매출 목표를 150조원으로 잡은 삼성은 간판주자인 전자에서만 63조6000억원(본사 기준)의 매출과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매출은 10.8%,영업이익은 24% 이상 늘리기로 했다.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린 2004년(12조200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영업이익 10조원대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환율 및 유가 불안으로 경영목표조차 제시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는 등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 들어 반도체 LCD 휴대폰 디지털TV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연초부터 공급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며 "여기에 반도체 70나노 공정,7세대 LCD패널 양산 등을 통한 원가절감 효과를 감안하면 영업이익률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주우식 전무(IR팀장)는 "과거와 달리 핵심 제품군이 다양화되고 유럽수출 비중이 늘어나 환율 하락에 따른 충격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첫 연간 매출 100조원 달성에 도전한다.


지난해(85조원)보다 17.6% 늘려야 도달할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 작년보다 17.1% 늘어난 318만4000대를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지역에서 현대차 61만3500대,기아차 40만7000대 등 모두 102만500대를 판매,미국 및 일본계 '빅3'에 이어 처음으로 '밀리언 셀링 컴퍼니'로 발돋움하기로 했다.


현대차 황유노 상무(재무관리사업부장)는 "작년 하반기부터 냉연 및 열연강판 등 원자재 가격이 하향세로 돌아선 데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올해 풀가동에 들어간다"면서 "미국 달러화 대 기타 통화 비중을 지난해의 7 대 3에서 올해 6대4로 바꿔 환율 하락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이미지 상승,해외 현지 생산물량 확대,수출지역 다변화,원가절감 등도 환율 하락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요소로 꼽았다.


◆'블루오션' 찾아나선 LG와 SK


LG그룹의 경우 올해 '1등 제품'을 늘리는 '블루오션 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고부가가치 시장공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조원 이상을 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에 쏟아붓기로 했다.


주력계열사인 LG전자는 올 매출을 지난해와 비슷한 24조원으로 잡고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늘려 영업이익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월드컵 특수에 맞춰 디스플레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가전부문에서도 시스템에어컨 드럼세탁기 양문형 냉장고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키로 했다.


오는 4월 러시아 루자공장을 완공,국내 가전업체 최초로 현지 공장체제를 가동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성장과 글로벌화 추진을 위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6조원을 설비 및 연구개발에 투자키로 했다.


지난해(5조원)보다 20% 늘어난 액수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해외 사업을 대폭 강화,내수 위주의 기업에서 수출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중국 미국 일본 인도 베트남 쿠웨이트 등 '6대 전략 거점 구축'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건호·김형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