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주가 지난다는 게 뭐 다른 일이겠습니까,새벽 첫차를 타는 사람들의 눈가에서 떨어지는 잠 같은 것이거나 휘어진 골목을 돌아 나오는 두부장수의 손끝에서 울리는 종소리거나 그의 터가는 손등 같은 게 아니겠습니까?


동틀 무렵,그렇게 우주가 사람의 마을로 손금처럼 내려오고 아직 저마다의 이름을 채 밝히지 못한 시간,가난은 그래도 사람들을 먼저 깨워 이 시간을 온전히 지키라 합니다.


산을 내려오는 길과 저 산을 지나 우주 한끝에 닿는 길을 당신이 먼저 걸어보라 합니다.


아마 그 몸에도


동이 트려나 봅니다.


아직 잠든 식구들을 두고 시퍼런 눈으로 동트는 사람들,그들이 한 우주가 아니겠습니까?


-이승희 '동틀 무렵' 전문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노동은 신성하다.


새벽 첫차를 타고 출근해본 적이 있는가.


어제의 피로를 어깨에 덕지덕지 얹은 채 썰렁한 차안에 몸을 싣고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먹고살기 위해 등떠밀려 가는 길이지만 그 순간만은 남루한 현실도 힘겨운 업무도 아득히 어둠 속으로 물러나 있다.


모두가 잠든 시간,미명을 뚫고 질주하는 차창밖에 일렁이는 시큼한 새벽공기.밤새 숨죽인 세상을 깨우며 일터로 가는 동안 그들은 진실에 가장 가까이 있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