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LCD패널 생산 세계 3위 업체인 대만 AUO와 LCD 및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특허에 대한 '크로스 라이선스(특허 상호공유)'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양사간 협력은 대형 LCD패널 생산 1위 업체와 3위 업체간 협력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업체간 기술 개발 경쟁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사간 협력은 40인치 이상의 대형 LCD패널 표준을 놓고 세계 1,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향후 진전 상황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AUO 포괄적 기술협력 삼성전자는 12일 최근 대만 AUO와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및 OLED 관련 특허에 대한 포괄적인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LCD TV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도 이번 계약에 포함됐다. 양측은 이번 계약에서 특허공유 기한은 특별히 정하지 않았으며,양사가 지닌 특허가치를 평가해 우세한 쪽이 특허료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1년 전부터 AUO와 특허 협상을 진행해 왔으며 최근 포괄적인 특허공유에 합의했다"며 "양사는 앞으로 차세대 LCD패널 개발에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으로 일본 소니에 이어 대만 AUO와도 기술협력을 맺음으로써 향후 LCD패널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확고히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삼성전자는 2004년 소니와 LCD패널 기술개발에 대한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해 4월 충남 탕정의 7-1라인에서 공동투자를 통해 40인치 이상 대형 패널을 양산하고 있다. ◆삼성,대형 LCD 시장 주도권 잡나 지난해부터 세계 LCD패널 업계는 패널의 표준규격을 놓고 치열한 물밑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세계 패널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가량.따라서 이들 두 업체간 주도권 다툼의 향방에 따라 향후 대형 LCD 표준이 정해진다. 현재 삼성전자는 소니와 공동으로 업계에서 가장 빨리 40,46인치 패널을 대량 양산하며 표준 경쟁에서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 이에 맞서 LG필립스LCD는 일본 NEC,히타치 등과 기술협약을 맺고 이달 초부터 42,46인치 패널을 본격 양산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상황이 이런만큼 업계는 삼성전자와 AUO가 어느 선까지 협력할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AUO는 지난해 초 LG필립스LCD의 7세대 기판(1950X2250mm)을 자사의 7.5세대 기판 규격으로 정한다고 밝혔으나 아직 7세대 투자에 나서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AUO가 삼성전자와의 특허공유에 이어 7.5세대 투자에서도 삼성전자의 규격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AUO와의 이번 협약에는 7세대 기판 규격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으나,기술 공유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7세대 이후 패널에서 같은 규격을 채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필립스LCD 대응은 LG필립스LCD는 이번 양사간 계약이 기술 공유로 한정될 것으로 보고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LG필립스LCD가 보유하고 있는 LCD 관련 특허가 가장 많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특허 공유 외에 다른 방향의 협력이 추진될 수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도 "AUO의 특허 수준이 경쟁사를 위협할 정도의 최첨단 기술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계약의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LG필립스LCD는 이달 초 본격 가동에 들어간 파주 7세대 LCD라인에서 빠른 시간안에 최대 생산능력을 갖추는 한편 7-2라인도 최대한 빨리 가동에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