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미국 기업 경영진에 대한 보수 및 각종 혜택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주주들이 모르는 사이 기업순익의 10%가량이 최고 경영진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만일 퇴직 후 보상금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혜택만이라도 이들로부터 회수한다면 주가는 높아질 것이란 주장도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에 따라 상장기업 경영진의 보수에 대한 정보공개의무를 강화,몸값 상승에 제동을 걸 예정이다. ◆회사 순익의 10%는 경영진 몫 루시안 벱척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 99년부터 2003년까지 1500개 상장기업의 상위 5명(총 7500명)의 경영진이 챙긴 돈은 총 1220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93년부터 97년까지 이들의 보수 총액 680억달러보다 80%가량 늘어난 수준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또 이들 기업의 최고 경영자(CEO)가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직간접적으로 받아간 돈은 기업 순이익의 9.8%에 달한다는게 벱척 교수의 분석이다. 이는 지난 93년부터 95년까지의 비중 5%에 비해 배 가까이 높아진 수준이다. 이와 함께 200대 기업의 임직원 주식소유 비율은 지난 94년 9.9%에서 지난 2004년엔 14%로 높아졌으며 이는 상당부분 경영진에 대한 주식 및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부여 탓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기업들은 또 CEO와 '세금 그로스업(Tax Gross-up)'이라는 계약을 맺은 뒤 세금을 대신 내주고 있어 이를 감안하면 경영진에게 지급되는 돈은 천문학적인 것으로 지적됐다. ◆한번 CEO는 영원한 CEO 잭 웰치 전 GE 회장은 퇴직 후 뉴욕 맨해튼의 호화 아파트는 물론 농구 경기 입장권까지 모두 회사 돈으로 구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은 알지 못했다. 나중에 잭 웰치가 두 번째 부인과 이혼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야 드러났다. 비단 잭 웰치뿐이 아니다. 작년 CEO 자리에서 물러난 모건스탠리의 필립 퍼셀은 퇴직 후 평생 25만달러를 매달 연금으로 받는 등 총 1억1370만달러를 퇴직금조로 받게 된다. 휴렛팩커드의 칼리 피오리나(일시불 4200만달러),보잉의 해리 스톤사이퍼(매년 60만달러), 패니매의 프랭클린 레인스(매달 11만달러) 등 전 CEO들도 엄청난 '퇴직위로금'을 받고 있다. ◆정보공개 강화하는 SEC 경영진 보수의 문제는 주주들 모르게 지급되는 돈이 많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따라 SEC는 경영진 보수 공개 확대 방안을 마련,오는 17일 열리는 회의에서 위원들의 투표를 거쳐 확정키로 했다. 확대 방안은 △주주총회 안내서에 고액 연봉 상위 5명 경영진의 연간 총 보수를 공개하고 △경영진에게 제공된 스톡옵션에 대해서는 달러화로 환산한 시장가치를 명시하며 △골프클럽 회원권이나 비행기ㆍ차량 제공 등의 혜택이 1만달러 이상일 경우 공시토록하고 있다. 콕스 SEC 의장은 "시장이 투명한 정보를 가져야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를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