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소가 1000만원짜리래요."


서울 삼성동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서 일하는 서정민씨(26)와 박정혜씨(29).전략기획실에서 근무하는 서씨와 회장 비서인 박씨는 요즘 만면에 미소가 가득하다.


은행 내 최우수 '친절 사원'으로 선정돼 각각 500만원의 상금을 받은 후부터는 회사 생활이 어느 때보다 즐겁다.


"고객이나 다른 직원들을 대할 때 반드시 상대방의 눈을 응시합니다.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고 마음 속 정까지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하면 팀원들 간의 업무 효율성도 높아집니다(서정민)."


"모시는 분들이 무엇을 원할지 스스로 상상해 봅니다.


비서직이라고 해서 수동적으로 일한다면 결코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해요.


상대방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앞서 생각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고 봐요(박정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2004년부터 행내 친절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전 임직원은 해마다 일정 시간 이상 친절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외부 컨설팅 회사를 통해 행내 친절도 모니터링도 꾸준히 실시한다.


"친절 사원 뽑기 대회 등을 실시해 일반 시중은행들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직원들의 친절도 수준을 높이겠다"(김광진 회장)는 방침에서다.


친절 사원 뽑기 대회는 사내 임직원 200여명의 설문조사를 거쳐 분기별로 1위를 선정한 뒤 연말 최종 수상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004년에는 1위 200만원을 포함해 총 다섯명의 친절 사원들이 500만원의 상금을 챙겼다.


지난해부터는 1위 상금이 1000만원으로 올랐고 전체 상금액도 1500만원으로 불어났다.


서씨와 박씨는 작년 말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공동 1위를 차지,상금을 나눠 갖게 됐다.


서씨의 경우 2004년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이어서 기쁨이 더 크다.


통계학과 출신인 서씨는 2004년 3월 무려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다.


전공에 걸맞게 숫자에 친숙하다는 강점과 둥글둥글한 성격 때문에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게 그녀 나름의 분석이다.


"지금은 금융감독원 저축은행중앙회 등 외부 기관에 제출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주 업무입니다.


앞으로는 전공을 살려 통계기법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 업무를 해보고 싶어요.


발전 가능성이 큰 e뱅킹도 관심 분야입니다."


아직 남자친구가 없는 서씨는 '회사일=공부'라며 "배울 게 너무 많아 아직 연애를 못하고 있나봐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CRA(신용위험분석사)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 사이버 강좌만을 수강한 정도지만 조만간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볼 생각이다.


벌써 행내 선배들과 함께 스터디그룹도 만들었다.


입사 4년차인 박씨는 비서직이 자신의 성격과 너무 잘 맞는다고 말한다.


꼼꼼하게 챙기고 정리해 두는 체질이 업무 수행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회장의 바쁜 일정 중 회의 시간을 꿰맞춰 넣고 불필요한 외부 손님은 '과감하게 그러나 공손하게' 거절하는 것도 그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높은 사람에게는 아부를 잘 하면서 아랫사람들의 의견은 무시하는 고압적인 분들을 상대하기가 제일 어려워요.


하지만 전문 비서라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거절하는 노하우를 체득해야 합니다.


저의 미소를 보고 화를 낼 분은 그리 많지 않을걸요(웃음)."


전문 비서직을 희망하는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해봤다.


"외국어 능력을 키우면 비서 업무의 영역이 더욱 다양해지고 커질 수 있어요.


비서로서 생명력도 더 길어지고요.


아직 잘 못하지만 영어 구사력을 더 키우기 위해 꾸준히 노력 중입니다."


서씨는 요즘 살사댄스에 푹 빠져있다.


2개월 뒤 개최될 발표회를 위해 맹연습 중이다.


박씨는 요리나 꽃꽂이를 배우고 싶지만 아직 시간이 없어 못하고 있다고."미소가 아름답다고 회사 생활이 항상 잘 풀리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찡그린 얼굴보다는 환한 미소를 주변 사람들에게 주면 '친절 사원'에 뽑혀 상금을 받은 것처럼 자연스레 행운도 따르나 봐요." 그들의 미소는 벌써 봄을 재촉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