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동네 허브'로 뜬다
편의점 서비스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공공요금 수납,현금 인출,우편물 발송,택배 등 부대 서비스가 끝없이 확대되고 있다.

편의점은 더 이상 간편음식이나 생활용품만을 파는 '서양식 구멍가게'가 아니다.

웬만한 일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생활거점,'종합 리빙 스토어'로 변신하고 있다.

편의점의 이런 서비스 메뉴에 다음 달부터 '보험상품 판매'가 추가된다.

GS리테일은 내달 초부터 편의점 GS25 100여곳과 GS수퍼마켓 10곳 등에서 자동차·운전자보험,실버ㆍ어린이ㆍ입원비보험 등 총 5종의 보험상품을 시범 판매한 뒤 5월에는 모든 점포로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를 위해 GS리테일은 메리츠화재,AIG손해보험사와 보험상품 제휴 판매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11일 체결한다.

GS리테일이 판매하는 자동차보험은 보험 설계사를 거치지 않는 다이렉트(직접 판매) 보험상품이어서 동일한 보장내용의 대형 보험사 상품보다 최고 34%까지 저렴하다.

보험상품을 구매하면 포인트 적립,상품권 제공 등 다양한 혜택도 주어진다.

보험상품은 GS25와 GS수퍼에서 신청서를 작성해 가입할 수 있고,세부적인 내용은 GS리테일 전용 콜센터(메리츠화재와 AIG손해보험에서 운영)에 문의하면 된다.

'편의점발(發) 서비스 혁명'은 이처럼 갈수록 속도를 높이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다.

전국에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1만여곳의 편의점에는 하루 평균 500만명 이상이 들른다.

할인점 400만명,백화점 300만명보다 고객 수가 훨씬 많다.

백화점 할인점과 달리 아파트단지나 주택가에 붙어있어 이용하기가 수월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매장 면적이 평균 25평밖에 안 되지만,특유의 기동성을 살려 다양한 서비스 상품을 잇달아 개발하며 유통가의 '작은 거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강남의 GS25 역삼 동원점 관계자는 "작년 12월 말에는 공공요금을 내거나 연말정산용 주민등록등본을 떼러 온 인근 직장인들이 편의점 밖 도로까지 길게 줄을 설 정도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편의점이 내놓고 있는 생활편의 서비스는 업체마다 40가지를 넘는다.

지난 97년 2월,GS25(당시 LG25)가 공공요금 수납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생활편의 서비스의 개념을 제시한 뒤 수많은 서비스들이 '도입과 퇴출'을 거듭해왔다.

업체마다 2~3명의 전담 직원들이 수시로 보다 편리한 서비스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훼미리마트 신촌점 관계자는 "컵라면을 서둘러 먹고 나가는 건 옛날 얘기"라며 "애인을 기다리는 동안 디지털 카메라로 함께 찍은 사진도 즉석에서 인화하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한 생일선물도 이곳에서 받아간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편의점 서비스는 한국보다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일본의 로손 등은 증권사와 제휴해 전용 단말기를 통해 주식 거래도 가능하다.

올 4월부터는 은행 계좌 개설,대출 신청 등 은행 대리점 업무가 가능해진다.

패밀리마트는 올 9월부터 전국 6500개 매장을 본사와 광섬유로 연결해 영화 음반 등 콘텐츠를 판매할 계획이다.

새로운 형태의 편의점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작년 말 'AMPM'은 도쿄 시내에 여성 전용 편의점 1호점을 내기도 했다.

미국의 대형 슈퍼체인인 크로거는 매장 내에 은행 직원이 상주하며 은행 업무를 서비스하고 있다.

편의점이 국내에 첫선을 보인 지 올해로 17년째.지난 97년 2000호점,시장 규모 1조원 시대를 연 지 8년 만인 작년에는 전국 1만호점 돌파,4조6000여억원의 시장으로 급팽창했다.

생활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는 편의점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