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는 등 증시 주변 환경이 예사롭지 않다.
이에 따라 적립식 펀드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지금 새로 펀드에 가입해도 되는 것인지,또 이미 펀드에 가입한 사람은 돈을 일단 찾아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적립식 투자의 성공 관건은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이지 '언제 가입하느냐' 여부는 수익률에 중요한 변수가 아니라고 조언한다.
◆적립식 투자,관건은 '인내'
9일 삼성증권이 지난 1980년부터 2004년까지 25년간 코스피지수 등을 대상으로 투자유형별 수익률을 따져본 결과 장기 적립식 투자 수익률이 이른바 '족집게식' 투자 수익률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과거 25년간 매년 코스피지수가 최저점일 때만 골라 투자한 '족집게형' 투자자와 투자 시점을 따지지 않은 채 매년 마지막 날을 정해 일정 금액을 투자한 '정기적립형' 투자자의 연평균 수익률(복리기준)은 각각 11.09%,9.55%로 나타났다.
불과 1.54%포인트밖에 차이가 안 난다는 것이다.
장진우 삼성증권 자산관리파트장은 "투자시점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무조건 장기간 적립식 투자만 해도 거의 최저점에서 주식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는 삼성전자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대상으로 한 투자 시뮬레이션에서도 비슷하게 나왔다.
삼성전자 주가가 매년 바닥일 때만 골라 투자한 '족집게식' 투자자와 매년 말 시점을 정해 일정액을 불입한 '정기적립식' 투자자의 연평균 수익률은 30.16%,26.66%로 그 차이가 연 3.5%포인트에 불과했다.
장 파트장은 "적립식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 투자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투자하는가"라고 강조했다.
◆장기투자가 최고
심지어 매년 지수가 최고점일 때 주식을 매입한 이른바 '뒷북형' 투자자도 장기간 적립식으로 투자할 경우 수익률에서 '족집게형'과 별반 차이가 안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코스피지수를 대상으로 '뒷북형' 투자자와 '족집게형' 투자자의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매매 타이밍의 명수인 '족집게'는 연 11.0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뒷북' 투자자도 예상과 달리 연 8.79%의 높은 수익을 올려 '족집게' 투자와 2.3%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매매 시점 포착에 의한 수익 차이가 투자 초반에는 크게 나지만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코스피지수에 대한 수익률에서 '족집게' 투자자와 '뒷북' 투자자의 초기 1년간 수익률 차이는 2배에 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격차는 현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파트장은 "이는 지수의 등락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든 일반투자자일수록 일정한 금액을 정기적으로 오랜 기간 투자하는 방법이 최선임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