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서비스의 가치를 측정하는 명확한 기준부터 설정하라.' 세계적 종합컨설팅사인 액센추어가 최근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버지니아 등 미국 13개주를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보고서 '공공부문 고성과의 길'(The road to high performance in the public sector)에서 내린 결론이다. 조사에 응한 이들 13개주 공공부문 기관장 29명 가운데 44.5%(복수응답)는 '행정서비스 가치 측정 방법 부재'를 혁신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다. 기술지원부족(38%)이 그 뒤를 이었고 △제도화 지원 불충분(34.5%) △경영기법의 부실(34.5%) △정치적 현실(27.6%) 등도 걸림돌이 된다는 응답이 많았다. 보고서는 행정서비스의 가치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면 잘못된 곳에 서비스를 집중해 국민들의 만족감은 높이지도 못하면서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버지니아 경찰청의 마약단속반 사례가 바로 그런 경우.단속반은 연간 업무목표로 마약소지자 검거율을 20%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마약소지자를 많이 잡아 들이면 관련 범죄사고도 그만큼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논리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오류가 있었다. 마약유통이 지난해보다 활발해질 경우 목표가 '자연스럽게' 달성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단속반의 목표는 달성되더라도 국민들은 여전히 마약범죄의 위험 속에 노출되는 모순에 처하게 된다. 보고서는 행정서비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국민이 실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극대화하고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 케이스로는 버지니아 퇴직연금 관리공단의 사례를 들었다. 이 기관은 20년 동안 제공해온 14개 서비스 상품을 4개로 줄였다. 퇴직연금 서비스를 신청하는 시민의 98%가 이들 4개 서비스만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20년간 신청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해 4개 서비스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법령을 정비한 덕분이다. 시민들도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고르는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게 돼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시민들이 체감할 수 없는 낮은 성과를 골라내 없애고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 '혁신성과 관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신희철 한경 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ksk300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