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에게 듣는다] '우는 소리' 대통령에 재계도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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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5일 "올해는 재계에 우는 소리 좀 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재계도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겠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20층 집무실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경제 양극화 등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재계에 포괄적인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철강 조선 반도체 등 세계 수준의 산업을 가졌다는 게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강점이라면 양극화 문제가 가장 심각한 약점"이라고 말해 대기업-중소기업 간 양극화 문제 해결에 대한상의가 적극 나설 뜻을 밝혔다.
손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삼성공화국론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스웨덴 발렌베리가(家)나 핀란드 노키아가 그 나라 국민들의 존경을 받듯이 잘 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질시보다는 박수를 보내는 풍토가 아쉽다"고 말했다.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논란과 관련해선 "금산법은 금융기관이 특정회사의 주식을 과다취득해 부실화되는 것을 막자는 게 입법 취지"라며 "금산법 제정 이후 한도를 초과해 취득한 주식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손 회장과의 일문일답.
-반기업 정서가 여전한 것 같다.
"최근 미국 액센추어가 조사한 22개국가 중 한국이 가장 반기업 정서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성장의 부작용이다.
교과서 내용도 기업의 역할에 대해 부정적이다.
시대가 바뀐 만큼 기업과 기업인도 바뀌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반기업 정서 때문에 좋은 사업 기회를 포기하지는 않지만 리스크를 안고 사업에 뛰어드는 용기가 위축될 수 있다.
입법 과정에서도 아무래도 여론이 반영돼 반기업적인 법안이 만들어질 수 있다.
대한상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원사 CEO(최고경영자)들이 직접 나서 교사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경제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기업에 대한 활동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시민단체의 활동이 분명히 기여한 바가 있다.
기업들의 편법경영을 제어하는 데 일조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
기업활동을 하다보면 시너지효과 차원에서 계열사 간 거래가 있을 수 있다.
외국에서도 자회사 간 거래는 일반적이다.
경영활동을 아무리 잘해도 대기업집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매도하면 안된다."
-올해 경기와 고용 전망은 어떤가.
"소비와 수출이 모두 늘고 있다.
설비투자도 일어나고 있어 이번 회복세는 꽤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고용 사정이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
중소기업이 전체 고용의 87%를 차지하는데 중소기업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또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시키지 않으면 고용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병원 학교 등의 시장을 빨리 개방해야 한다."
-양극화 현상 해결할 묘안 있나.
"기업 양극화 문제는 대·중소기업과 전국기업을 아우르는 대한상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성과공유제,기술전수,인력지원 등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해 노력하겠다.
중앙·지방정부와 대한·지역상의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의체도 추진할 것이다.
지역 중소기업의 핵심인 건설 유통 음식숙박업 등의 경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
-일본 기업들이 한국 협공을 위해 합종연횡을 시작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성장할수록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는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두각을 보이면 여지없이 꼬투리를 잡고 늘어질 것이다.
이에 대비해 기술전쟁,법률전쟁은 물론 시기심전쟁까지 준비해야 한다.
이럴 때 일수록 기업을 둘러싼 각종 논쟁이나 소모전으로 우리 스스로 자중지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황우석 교수 사태가 주는 교훈은 뭔가.
"압축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빨리빨리' 문화,성과지상주의가 원인이다.
선진국으로 한걸음 발돋움하려면 무엇보다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의 윤리성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계기인 것 같다.
다만 이번 파동으로 우리 과학기술계가 위축되거나 생명공학기술이 저하돼서는 안 된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도록 격려해야 한다."
-경제단체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경제단체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만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면 이익단체로 치부돼 외면받을 것이다.
물론 회원사들의 이익을 가장 존중해야 한다.
할 말은 분명히 할 것이다."
[ 인터뷰 = 정구학 산업부 차장 / 정리 =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