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 주도로 설립된 세계줄기세포허브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문을 닫아야 할 처지로까지 몰렸다. 올해 허브에 배정됐던 정부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모두 삭감됐기 때문이다. 허브에는 올해 보건복지부에서 연구비(R&D) 40억원이 책정됐지만 모두 무효화됐다. 이와 함께 정부 공식 예산은 아니지만 잠정적으로 허브 운영비 명목으로 잡혀있던 75억원 마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허브를 운영하는 서울대병원은 이에 따라 더 이상 자체 예산으로 허브를 운영하기 어렵다고 보고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병원 관계자는 "정부예산이 전액 깎인 마당에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출범한 허브를 애초 목적대로 끌고가는 것은 사실상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누가 이 같은 상황을 상상이나 했겠느냐"며 "병원이 책임을 지고 국가적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어렵게 된 만큼 허브를 다른 치료 용도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덧붙였다. 병원측은 현재 허브 공간과 시설을 백혈병 등 소아혈액종양 환자의 진료 및 치료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0평 규모의 허브 연구실은 무균실이어서 면역력이 떨어진 소아혈액종양 환자들의 치료시설로 이용하기에 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병원측은 황우석 사태가 터지고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줄기세포연구는 지속돼야 한다"며 정부와 국민, 관련기관의 협력과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허브의 문호를 개방해 성체줄기세포와 수정란 줄기세포 등 모든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중심축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병원측은 현재까지 허브설립에 65억원 가량을 쏟아부었다. 허브에는 지금까지 2만여명의 난치병 환자들이 희망을 품고 등록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