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가 학교를 다녔던 80년대와 2005년의 서울대의 대자보를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대자보가 눈에 띄게 화려해졌다는 점이다.


전면 컬러 인쇄에 사진이나 그림,이미지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자보도 많다.


'독재 타도,호헌 철폐,민주주의 쟁취'를 논하던 80년대의 '투쟁형' 자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2005년에는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호소하는 자보에조차 '마시마로(인터넷에 유행했던 엽기토끼 캐릭터)'가 등장할 정도다.


올해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자보에는 후보들이 연예인과 같은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이 담겨 있다.


백기완이나 이수경 등 정치적 인사에 대한 사진 대신 서태지가 전면에 등장한다.


소위 운동권 계열의 총학생회 후보조차 '학우들과 멀어지지 않기 위해서' 노동이나 통일 등 정치적 내용이 담긴 자보는 거의 내놓지 않는다.


대신 학교 식당의 문제점을 개선하거나 동아리 활동에 예산을 많이 배정하겠다는 내용,학점제도를 바꿔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다.


이 때문에 'XXX 후보는 왜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느냐'며 경쟁상대를 비판하는 자보가 해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다.


서울대에서 5년 동안 학생 자치언론 활동을 했던 박근복씨(체육교육학과 졸업)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점이나 토익,취업에만 관심을 갖다보니 정치적인 내용은 아예 무시하거나 '꼴통'이라며 비난한다"며 "읽히지 않는 자보는 소용이 없다는 데 공감대가 확산돼 있다보니 노조활동을 지원하자는 내용이 담긴 자보라도 가능한 한 '예쁘게' 만드는 것이 최근 추세"라고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