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보상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기업 경영진의 보수에 관한 공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SEC가 내년 1월 초 강화된 보수 관련 공시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 규정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에도 적용된다고 보도했다. 강화된 공시 규정에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의 시장가치와 퇴직연금의 실질가치를 정확히 공시하라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시 규정은 최근 3년간 상위 5명의 경영진에 지급된 급여와 보너스 등의 합계를 주주총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을뿐 스톡옵션이나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이에 따라 잭 웰치 전 GE 회장은 퇴직 후 뉴욕 맨해튼의 호화 아파트 구입부터 농구 경기 입장권까지 모두 회사 돈을 쓰고 있었지만 정작 투자자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사실은 나중에 잭 웰치가 두 번째 부인과 이혼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야 드러났다. 크리스토퍼 콕스 SEC 의장은 "투자자들은 경영진이 지급받는 보수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며 "개선된 공시 규정은 과도한 성과급 지급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업지배구조 감시기구인 코퍼릿라이브러리가 미국 내 1522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CEO에게 지급된 평균 급여는 전년대비 30% 증가했다. 또 일부 기업은 CEO가 내는 세금까지 보상해주는 '세금 그로스업(Tax Gross-up)' 계약을 맺고도 주주들에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