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340억원 규모인 코스닥 상장기업 A사의 이모 사장은 최근 회사 매각 의향을 물어오는 전화를 하루에 서너 통씩 받는다. "프리미엄으로 주가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얹어줄테니 고려해보라"며 여간 끈질긴 게 아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우회상장을 노리는 장외기업들은 이처럼 시가총액 300억~400억원대의 중견 코스닥기업들까지 인수.합병(M&A)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올초까지만 해도 대부분 시가총액 50억원 이하의 부실기업들이 우회상장 창구로 이용됐지만 장외기업들이 앞다퉈 우회상장에 나서면서 이제 '매물 품귀'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장외 바이오업체인 엠브로시아가 경영권을 획득한 대주레포츠는 시가총액 200억원대 중반의 굴뚝기업으로 재무상태가 우량한 업체로 꼽힌다.


장외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스마일매니아가 우회상장을 위해 인수한 태화일렉트론도 매년 흑자를 내고 있는 액정표시장치(LCD) 장비업체로 시가총액 300억원대의 중견기업이다. 장외 영화사인 쇼이스트와 주식교환을 추진 중인 엠에이티는 상장된 지 6개월도 안 된 시가총액 400억원대의 LCD장비업체다.


이처럼 비교적 우량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기업들까지 M&A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우회상장을 원하는 장외기업이 급증한 반면 매물로 나오는 코스닥 기업은 점점 줄고 있어서다.


M&A 중개업체인 ACTP의 남강욱 부사장은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려는 업체들이 줄을 선 상황"이라며 "앞으로 M&A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장외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M&A 중개업체인 하이데스 어소시에이츠의 박영태 대표도 "연초 주가의 30~50% 수준이던 상장 프리미엄이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100%까지 뛰었지만 매물을 구해달라는 장외업체들의 문의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라며 "요즘에는 덩치 큰 업체를 찾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내에서 자금조달이 원활하다는 점도 장외기업들의 우량 상장기업 인수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상장 후 증자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인수자금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M&A 전문가는 "자금조달이 비교적 손쉬워 상장 후 우발채무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불량기업보다는 아예 견실한 기업을 사두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