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가계 금융자산 배분이 재편되기 시작한 역사적인 한 해입니다.


예금과 채권 투자자금의 주식형 펀드 대이동이 이뤄진거죠.


이 흐름은 짧게는 3년,길게는 10년간 이어질 것입니다."


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은 올해 간접투자(펀드) 시장을 한마디로 이렇게 결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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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 >


적립식 투자를 바탕으로 한 '펀드 열풍'으로 주식형 펀드에는 올해만 16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작년 말 100만개 정도에 불과하던 적립식 펀드 계좌수는 지난 11월 말 현재 526만개로 급증했다.


펀드 열풍은 코스피지수가 1300선을 넘게 한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 사장은 "저금리와 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주식투자를 하지 않고서는 물가상승률조차 커버할 수 없다는 인식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000조원을 넘어서는 국내 가계 금융자산 중 넉넉잡아 100조원은 향후 수년 동안 주식형 펀드로 옮겨갈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과잉 투자와 쥐꼬리 배당,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으로 주주 이익이 파괴되던 80년대와 90년대에도 국내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은 두 자릿수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다 외환위기 후유증으로 작년 말에는 6%까지 떨어졌죠.


하지만 주식형 펀드라는 '촉매'를 통해 주식 비중은 향후 15~20%대로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주식형 펀드는 올 평균 55%의 수익률을 거뒀다.


예금 금리는 물론 올해 아파트가격 상승률(11%·전국 평균 기준)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그러나 이 사장은 내년부터는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너무 쌌던 증시가 순식간에 재평가받은 다소 예외적인 해'이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향후 3년 동안 주식형 펀드는 연평균 20~25%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내년부터는 우리 증시도 갑자기 급등하기보다는 미국 등 선진국 증시처럼 매일 조금씩 오르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1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해야만 펀드도 원하는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펀드가 보편화하면서 올해는 판매보수(수수료)의 과다 여부가 논란거리였다.


3~4개 은행이 펀드 판매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결과 서비스의 질에 비해 너무 많은 판매보수(평균 연 1.7% 내외)를 받지 않느냐는 비판도 일었다.


장기 투자자가 단기 투자자와 똑같은 보수를 부담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내년부터는 펀드 성격,투자 기간,서비스 수준 등에 따라 수수료를 차별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며 "보험설계사의 펀드 판매와 자산운용사의 펀드 직접 판매가 내년부터 이뤄지고 조만간 펀드 판매 전문회사 설립도 허용되면 판매 경쟁이 심해져 수수료도 점진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 시장 잠재 위험으로는 부동산 버블 재연 우려와 주식 공급 증가 가능성을 꼽았다.


이 사장은 "부동산 시장에는 아직도 가격 상승 심리가 남아 있다"며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면 버블 붕괴로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