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목사님이 시켜서 시작했는데 이맘때만 되면 아이들이 우리를 기다린다는 생각에 저절로 발길이 향하네요."


최태원 SK㈜ 회장 가족은 올해로 3년째 크리스마스날이면 서울 후암동으로 향한다.


중증장애아 보육시설인 '가브리엘의 집' 아이들에게 바깥 나들이를 시켜주기 위해서다.


"어이쿠 많이 컸네.재작년에는 원구 혼자만 데리고 코엑스에 갔었는데 엄청난 인파를 뚫고 수족관까지 구경하느라 혼났었죠.올해는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안 찾아왔다기에 8명을 데리고 나왔어요."


최 회장이 원구를 번쩍 들어 익숙한 솜씨로 휠체어에 앉히며 말했다.


올해는 명동의 한 중국집에서 식사를 하고 최근 새로 단장한 남산타워를 찾았다.


두 딸 윤정이와 민정이도 아빠를 따라 나섰다.


부인 노소영씨는 올해는 몸이 아파서 못 나왔단다.


"작년에는 워커힐호텔에서 매직쇼를 보여줬는데 30분만 지나니까 집중을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남산타워를 보여주기로 했죠.전망대도 구경하고 케이블카도 타고…."


최 회장은 식사 전에 "하나님 아버지 우리 보배(가브리엘의 집에서 아이들을 부르는 호칭)들 건강하고 튼튼하게 해주세요"라며 기도를 하더니 식사 내내 아이들의 목에 냅킨을 둘러주고 요리를 잘게 썰어 먹여주느라 본인은 식사도 제대로 못 했다.


영락없는 아빠의 모습이다.


윤정이와 민정이도 제법 익숙한 솜씨로 장애아들을 돌본다.


남산타워 전망대에 올라가니 최 회장 일행을 배려하기라도 한 듯 하늘이 화창해졌다.


서린동 SK 본사와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이 보이자 "아저씨가 일하는 데가 저기야"라며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아이들도 '회장 아저씨'가 자랑스러운 듯 활짝 웃어 보였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