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CEO와 '세금 그로스업' 계약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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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CEO)가 내는 세금을 보상해주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2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이 CEO와 '세금 그로스업(Tax Gross-up)'이라는 계약을 맺고 세금을 대신 내주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이 주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의 100대 기업 중 최소 한 명 이상의 경영진과 이 같은 그로스업 계약을 맺은 기업은 지난 2000년 38개에서 작년엔 52개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고도 세금을 내지 않는 CEO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업들이 CEO의 세금 납부금을 보상해 주면 보상금에 대해 다시 세금이 붙게 되고,그 세금마저 기업들이 부담하기도 한다.
예컨대 10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CEO가 45%의 세금을 내야 한다고 가정할 때 기업들은 145만달러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45만달러에 대한 세금 부담금도 지급해야 해 부담액은 불어나게 된다.
이 과정을 거쳐 기업들이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금액은 182만달러가량에 달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여기에 골프클럽 회원권을 비롯해 개인 승용차,비행기 사용 등 국세청이 소득으로 규정한 모든 혜택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도 추가돼 기업들은 연봉의 2배가량을 세금으로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 미국 최대 가정용품판매업체인 홈디포는 CEO인 로버트 나델리 사장에게 작년 200만달러의 기본 임금 외에 330만달러에 달하는 세금납부 보상금을 지급했다.
주주들 모르게 330만달러가 CEO에게 추가로 지급된 셈이다.
세금 그로스업은 기업들이 CEO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그들이 낸 세금을 보상해 주는 제도로 주주들이 확인할 수 있는 주주총회 소집통지서 등에 구체적으로 기록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기업들도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보상 규모도 잘 알려지지 않아 공시 강화 등을 통해 주주를 속이는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