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하면 배 곯는다며 반대하시던 아버지께서 이제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셨죠."
국내에 몇 안되는 SI 전문업체인 소라기획의 백종석 대표(43)는 주체할 수 없는 자신의 '끼'를 사업으로 연결시킨 음악도 겸 사업가다.
'SI(Sound Identity)'란 로고,마크 등 시각물이 아닌 음악을 이용한 기업의 'CI(Corperate Identity)' 전략 중 하나.
기업체 콜센터에서 전화대기 중 들려주는 음악 등이 대표적이다.
백 대표가 SI업계에 뛰어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합창단에서 활동하며 '음악가의 길'을 꿈 꿨지만 아들이 '딴따라'로 빠지는 것을 우려하던 아버지의 만류에 모 대학 법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영 적성에 맞지 않아 1학년도 못 마치고 자퇴했다.
결국 아버지를 설득,이듬해 한양대 음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군 복무를 마친 후 다시 생각이 바뀌어 모 대학 철학과에 재입학했다.
백 대표는 그러나 대학 졸업을 앞두고 우연히 로고송 작곡 아르바이트를 맡아 당시로서는 거금인 200만원을 손에 쥐면서 또 한번 인생경로를 틀었다.
"첫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게 되자 너무나 기뻤어요.음악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자심감이 생겼죠."
이를 계기로 백 대표는 1988년 대학 졸업과 함께 현재 자신이 대표로 있는 소라기획에 입사했다.
이후 1996년 소라기획 창업자였던 김민식씨로부터 아예 회사를 인수했다.
소라기획이 그동안 만들어 낸 SI 작품은 부광약품 증권예탁원 농수산물유통공사 등의 사가(社歌)를 비롯해 기업은행 국민은행의 이미지 송,삼성전자 응원가,롯데햄 광고 음악까지 다양하다.
이들 음악을 만들어 주고 받는 대가는 최소 800만원에서 최고 4000만원.연 매출은 7억~10억원으로 그리 크지 않지만 백 대표 표현대로 회사 식구(상근 직원 5명)들이 그럭저럭 먹고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편이다.
최근에는 특히 기업 이미지 송(Image Song) 분야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기업 이미지 송은 회식할 때나 응원할 때,직원 두세명이 모여 있을 때도 편하게 부를 수 있는 노래다.
국가(國歌) 교가(校歌) 사가(社歌)가 '정장'이라면 이미지 송은 '캐주얼 복'에 해당한다.
사업가로서의 소신을 물어보니 '내가 싫은 일은 남에게도 안시킨다', '역지사지(易地思之)'란다.
"예전에는 고집이 세서 고객사와 코드가 맞지 않으면 일을 안하기도 했는데,결국은 인간 관계가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는 설명이다.
한편 백 대표는 요즘 음악도의 길에도 다시 뛰어들었다.
경희대 음대 대학원에 입학,엄정행 교수에게서 사사(師事)하고 있는 것.불혹을 넘긴 나이에 대학원에 입학한 이유를 묻자 "음악 공부의 매듭을 짓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음악을 다루는 사업가로서 꼭 필요한 공부가 아니겠느냐는 설명과 함께.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