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이동통신의 '세대'가 바뀐다. 2세대(CDMA)·2.75세대(EV-DO)에서 3세대(WCDMA)·3.5세대(HSDPA)로 넘어간다. 한때 '꿈의 이동통신'으로 불렸던 'IMT-2000'의 비동기식인 광대역 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서비스가 본궤도에 오르고,중반께는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방식으로 진화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휴대폰 문화도 확 달라진다. 3세대·3.5세대로 넘어가면 고화질 동영상 통화가 가능해진다. 통화할 때 상대방의 얼굴을 볼 수 있어 회사에 앉아서도 초등학생 딸아이가 귀가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전송속도가 초당 14메가비트(14Mbps)에 달해 영화 한 편을 1~2분 만에 내려받게 된다. 통화연결음 서비스도 음성에서 동영상으로 진화한다. 해외여행길에 오를 때 국내에서 쓰던 휴대폰을 그대로 들고 나가 사용하는 '글로벌 자동 로밍'도 가능해진다. 또 시속 200~300km로 달리는 고속철에서도 동영상 통화나 휴대폰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와이브로보다 넓은 서비스 지역 SK텔레콤과 KTF는 3세대 이동통신인 WCDMA 서비스를 2003년 말에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현재 가입자수가 SK텔레콤은 1만2000명,KTF는 약 3000명에 불과하다. 두 회사가 WCDMA 활성화에 적극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사는 '준''핌' 등 EV-DO 서비스에 투자한 돈이 만만치 않고 수입도 쏠쏠해 차세대 서비스를 늦춰왔다. 하지만 내년에는 달라진다. SK텔레콤은 내년 4월 삼성전자LG전자가 WCDMA에서 진화한 3.5세대(HSDPA) 휴대폰을 출시하면 마케팅을 본격화해 내년 말까지 84개 시를 3.5세대 통화권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와이브로 서비스 도시를 20여개로 잡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명성 SK텔레콤 전략기술부문장은 "3.5세대 HSDPA로 84개 도시를 커버하고 인구가 밀집한 5대 대도시에서는 트래픽을 감안해 와이브로를 보완 서비스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KTF는 SK텔레콤과 보조를 맞춰 서비스 지역을 점차 넓혀 나갈 예정이다. ◆동영상 통화연결·레터링 서비스 3.5세대 HSDPA는 전송속도가 현행 EV-DO보다 7배나 빨라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SK텔레콤은 동영상 통화,길 안내,글로벌 자동 로밍 등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 이동통신 사업자의 85%가 WCDMA나 HSDPA를 채택,대부분 국가에서 자동 로밍이 가능해진다. KTF는 수신자에게 발신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통화연결 서비스,상대방 휴대폰에 미리 지정한 영상을 띄워주는 동화상 레터링(발신자영상표시)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HSDPA에서는 통화 중에 메시지를 송수신하거나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는 동시작업도 가능하다. 휴대폰에 USIM카드라는 일종의 스마트카드를 끼워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주소록 등 콘텐츠 저장이나 신용카드,교통카드,뱅킹 서비스,신분증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안테나 내년 말 상용화 이동통신 서비스의 진화는 끝없이 계속된다. 정보통신부에서 차세대 이동통신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고 있는 조동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내년 말에는 4세대 이동통신 기술 중 하나인 스마트안테나 기술이 상용화돼 휴대폰에 접목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안테나는 여러 지점에서 잡은 전파로 고객 위치를 찾아 특정 고객들에게만 정보를 보내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전파 간섭이 획기적으로 줄어 전송속도가 2배쯤 빨라진다. 2012년께면 어떤 주파수든 잡아내는 미모(MIMO) 등이 적용돼 4세대 이동통신이 완성된다. 속도는 100Mbps로 빨라져 휴대폰이 노트북PC나 PDA 기능까지 흡수하게 된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