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체들이 '때 아닌' 연말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식 변경을 앞둔 12월은 각종 할인 공세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판매가 5% 이상 줄어드는 '잔인한 달'이지만,올해는 오히려 월평균 판매대수를 10% 이상 상회할 정도로 계약이 폭주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특별소비세 인하 조치(2000cc 이하는 5%→4%,2000cc 이상은 10%→8%)를 원래대로 환원키로 함에 따라 차값이 10만~200만원가량 오르는 탓에 연내 차를 사려는 계약자가 몰린 덕분이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계약기준으로 3만5000대 이상을 팔았다.


이는 지난달 같은 기간 동안 계약대수(1만9000여대)보다 무려 80%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쏘나타(2696대→6159대) 그랜저(2430대→5443대) 등 주요 차종의 계약대수는 2배 이상 늘어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주문대기 물량만 2만5000대에 달한다"며 "쏘나타와 그랜저의 경우 계약 후 차를 넘겨 받는 데 보름 이상 걸리는 만큼 2~3일 내에 계약해야 특소세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자동차는 "연내에 로체를 사겠다"는 고객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 최근 수출물량을 내수물량으로 돌리는 비상조치를 내렸다.


내수로 돌린 수출 물량만 6000여대.기아차 관계자는 "거의 모든 차종의 판매가 늘고 있는 상태"라며 "12월 중순 이후 판매가 줄어들겠지만 전체적으로 11월(2만5700대)보다 1300대 이상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부터 차값이 200만원 이상 오르는 투싼과 스포티지의 경우 이달 들어 계약대수가 전달에 비해 2~3배가량 뛰었다.


이들 차량은 특소세 환원 조치뿐 아니라 내년부터 배출가스 기준이 '유로4'로 강화되면서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장착된 VGT엔진으로 바꿔달아야 하는 탓에 차값이 크게 오른다.


프라이드 디젤과 베르나 디젤 등 디젤 승용차는 특소세 환원으로 인한 가격 인상폭이 상대적으로 큰 탓에 연말 판매고가 늘고 있는 케이스.이들 차량은 정부의 디젤 승용차 육성 정책에 따라 그동안 특소세를 50%(5%→2.5%)나 감면받았다.


계약 폭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는 르노삼성도 마찬가지.12일까지 출고를 기다리는 주문대기 차량만 6100대에 달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연말까지 공장을 정상가동하고 적정 재고물량까지 모두 소진해도 대기물량을 맞추기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쌍용차의 카이런도 특소세 환원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달 들어 12일까지 1479대를 계약,지난달 같은기간의 828대보다 2배 가까이 판매량이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주문이 밀린 일부 차종은 연내 출고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12월 판매가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지만 특소세가 환원되는 내년 1월부터는 판매가 위축될 수도 있어 마냥 좋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