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7:53
수정2006.04.03 07:54
정기국회 마직막날인 9일 국회 본회의장은 난장판이었다.
사립학교법을 처리하려는 여당 의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서로 뒤엉켜 극심한 몸싸움을 벌이며 욕설과 고함을 주고 받아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여야가 부동산 대책 관련법 처리를 둘러싸고 극한 대결을 펼치고 있던 차에 여당의 사학법 밀어붙이기로 인해 정국은 한층 더 얼어붙게 됐다.
◆'난장판'=사학법 처리를 두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창과 방패'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한나라당은 오전 11시 의원총회를 열어 결사 항전 의지를 다졌다.
의원들을 모두 국회로 불러들였다.
김원기 국회의장의 본회의장 진입을 막는 한편 의장석도 점거하기로 했다.
그러나 허를 찔렸다.
열린우리당 의원 15명이 본회의장에 먼저 들어와 의장석을 점거했다.
열린우리당 의원 보좌진과 당직자 100여명은 팔짱을 낀 채 스크럼을 짜 본회의장 정문과 좌우 측문을 봉쇄한 뒤 선별적으로 의원들을 본회의장에 들여보냈다.
오후 1시45분께 강재섭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속속 입장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격심한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김 의장은 오후 2시45분께 국회 경위 등의 보호를 받으며 본회의장에 들어가 의장석에 앉았다.
김 의장이 사학법안을 직권 상정하고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이 제안설명에 들어가자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이 달려들어 원고를,권경석 의원이 마이크를 각각 빼앗았다.
제안설명이 어렵게 되자 김 의장은 표결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날치기,원천무효"를 외치며 강력 반발했다.
의장석으로 향하려는 한나라당과 이를 막으려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뒤엉켜 몸싸움을 하며 본회의장은 전쟁터를 연출했다.
책과 서류뭉치가 공중에 날아다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사학법은 전교조에 모든 것을 넘겨주자는 것"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국경색 심화=당분간 정국 경색은 불가피하다.
한나라당은 강력 반발했다.
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 사퇴를 시사했다.
강 원내대표는 사학법 국회통과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늘 있었던 일은 과거에 정말 볼 수 없었던 폭압적인 날치기"라며 "이번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부동산법과 사학법 등의 처리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의 쟁점법안 국회 통과 의지가 완강하다는 점이 확인됐고,한나라당도 여당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남은 현안에 대한 전의를 더욱 불태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금융산업구조개선법과 비정규직법,예산안,감세법안 등 현안을 놓고 격렬한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기국회 후 임시국회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