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4일 중국 난징시 사오저우황에서 부부싸움을 하던 한 젊은 주부가 갑자기 강물에 뛰어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부가 함께 TV를 시청하던 중 한국 드라마 '대장금'의 방영시간이 다가오자 축구경기를 보려는 남편 장씨와 대장금을 시청하려는 부인 류씨 사이에 격렬한(?) 리모컨 쟁탈전이 벌어졌던 것.

남편에게 리모컨을 빼앗긴 류씨가 "대장금을 못보게 하면 강물에 뛰어들어 죽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남편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 부인은 결국 강에 뛰어들었고 경찰이 출동,구출하고서야 해프닝은 마무리됐다.

이는 중국 내 '대장금'의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MBC 드라마 '대장금'은 중국 대만 베트남 일본 등 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중동 유럽 미국 등 세계 각국 시청자의 사랑을 받으며 '한류열풍'을 이끌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방송콘텐츠다.

'대장금'은 지난해 가을 대만의 GTV에서 방영되면서 대만 내 드라마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대장금'은 특히 외교 관계 단절로 소원해진 한국과 대만의 거리감을 없애는 데 적지않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초에는 홍콩의 대표적 지상파 방송인 TVB에서 방영되면서 47%라는 역대 최고의 시청률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9월부터는 중국의 후난 위성TV를 통해 중국전역에 방영되면서 13억 인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장금'의 눈부신 인기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아시아,유럽,미국 등지에 대한 '대장금'의 올해 수출액만 170만달러에 달한다.

수출된 나라는 20여개국,누적수출액은 무려 460만달러에 이른다.

'대장금 후폭풍'은 중국인의 생활 속에도 깊숙이 파고 들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에 진출한 한국식당에서 '대장금 특선요리'는 이제 필수코스가 돼 있다.

또 웬만한 중국식당에서도 '대장금' 방영 이후 김치와 불고기 등 한국요리를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

상하이에서는 '대장금'의 나라,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 여행사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중국 젊은 여성의 경우 이영애의 얼굴형으로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일까지 생길 정도다.

이처럼 '대장금'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드라마 수출을 통한 수익창출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의 전통요리,전통복장,생활상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관광산업에까지 파급효과를 미치는 등 민간외교 차원에서 더 큰 역할을 하는 데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