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이 강세를 보이자 기관들이 자사주나 개인 대주주 물량을 사들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주식형 펀드 자금 증가로 매수여력은 커졌지만 장내에서 충분한 매물을 구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당기업과 협의해 자사주 특정금전신탁 물량 매입에 나서거나 개인투자자 또는 대주주 등을 상대로 매입을 요청하고 있다. 9일 컴텍코리아는 공시를 통해 35만주의 자사주 금전신탁 물량을 우호적인 기관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주가는 이날 기관의 매수와 유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이날 엘앤에프 역시 자사주 대량 매매를 신청함에 따라 기관이 물량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 말에도 기관에 자사주 물량을 팔아 급등세를 나타냈었다. 이들 회사 외에도 최근 자사주를 대량매매를 통해 기관에 넘기는 회사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오로라월드가 106만주를 우호 기관에 매각했으며 볼빅도 35만주의 자사주를 대량매매를 통해 기관에 넘겼다.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자사주를 팔겠다고 나선 업체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처럼 기관이 코스닥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코스닥시장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지만 유동물량이 적어 지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매수여력이 부쩍 커진 펀드매니저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코스닥 중소형 우량주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 종목의 유동성이 크지 않아 자사주를 팔라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인 대주주들을 상대로 지분 매입을 요청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성광벤드 성우하이텍 에이스테크 등의 개인주주가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기관에 물량을 넘겼다. 이들 종목 모두 올 4분기 및 내년 실적 전망이 탄탄한 업체들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 같은 기관의 '러브콜'은 해당업체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 굴뚝주인 데다 대주주 지분이 상대적으로 많아 유동성이 적다는 평가를 받았던 업체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코스닥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대량매매 방식을 통한 기관들의 매입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관련업체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