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와 함께 뉴욕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은 베스트셀러를 가장 많이 낸 저널리스트로 꼽힌다. 하지만 두 사람의 접근 방식은 판이하다. 워터게이트를 파헤쳐 스타가 된 우드워드가 백악관 복도를 어슬렁거리며 특종을 좇는 스타일이라면 프리드먼은 전세계를 누비며 거기서 본 사람과 풍경을 통해 큰 흐름을 찾는다. 우드워드의 장기가 동물적 후각이라면 프리드먼의 경우는 깊이 있는 통찰력이다. 프리드먼이 다뤄온 세계의 흐름은 일관성 있게 확대돼 왔다. 그의 첫 베스트셀러인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는 중동 분쟁을 다뤘다. 두 번째 대표작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는 렉서스로 대표되는 세계화 추세와 올리브 나무로 상징되는 종족 지향적 흐름이 어떻게 형성됐는가를 다룬다. 두 가지 흐름이 어떻게 충돌하는가도 파헤쳤다. 이번 책 '세계는 평평하다'(토머스 프리드먼 지음,김상철·이윤섭 옮김,창해)에서는 세계화의 흐름을 다뤘다. 종족 지향적 추세가 여전하지만 세계화의 흐름이 보다 대세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다. 세계화를 다룬 프리드먼의 책이 인도의 실리콘밸리인 방갈로르에서 출발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방갈로르는 요즘 미국 기업의 일을 대신해주는 아웃소싱의 천국.그러니까 콜럼버스가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찾아 떠난 땅 인도야말로 지금은 전 세계가 연결됐음을 입증하기에 가장 적합한 예다. 기업과 자본,일자리로 전 세계가 하나가 된 이상 지구는 갈릴레이 이전 시대로 회귀한 셈이다. 그래서 세계는 평평하다! 프리드먼은 세계가 이렇게 평평해지게 된 계기가 베를린 장벽 붕괴에서 비롯됐다고 믿는다. 그리고 윈도와 넷스케이프도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본다. 그 후 새로운 정보통신(IT) 수단과 신종 경영기법이 세계를 완벽하게 연결시켰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다룬다. 1989년 11월9일 벌어진 베를린 장벽 붕괴는 2001년 9월11일 벌어진 사태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프리드먼이 이 두 가지 일을 두고 창조적 상상력과 파괴적 상상력으로 묘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책의 결론에서는 이 두 가지 상상력의 경쟁을 다룬다. 대세는 물론 창조적 상상력이다. 9·11에 대한 11·9의 승리인 셈이다. 미국의 남성지 에스콰이어 10월호는 '나의 외주 인생'이라는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실었다. 이 잡지의 기자가 프리드먼의 이번 책에서 영감을 얻어 인도 방갈로르의 아웃소싱 업체에 자신의 일 상당부분을 맡겼다. 주로 e메일과 전화를 통해 일을 지시했는데 그 후 이 기자는 아웃소싱에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다. 부부 싸움 직후 화해까지 그 회사에 맡긴 후 급기야 해당 기사를 자신이 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리고 불현듯 깨달은 사실로 기사를 맺는다. "미국이여,이제 우리는 큰일났다." 이는 프리드먼의 결론과 다르지 않지만 소리 없는 위기가 닥친 곳이 결코 미국만은 아닐 것이다. 국제 분업을 통해 완벽하게 연결된 세계에서는 무한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가 평평해졌다는 프리드먼의 통찰력에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 '세계가 평평해졌다고 세계가 평등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656쪽,2만6000원.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