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7:48
수정2006.04.03 07:50
지난 10월29일.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 우아한 복장 차림의 젊은 남녀 60여명이 모였다.
신한은행이 결혼정보회사인 닥스클럽과 손잡고 프라이빗뱅킹(PB) 고객 자녀 60명을 엄선해 마련한 '맞선 파티'자리였다.
부유층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일종의 결혼마케팅인 셈이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워커힐호텔 야외연회장에는 청춘남녀 120명이 모였다.
하루 대실료만 2000만원에 달하는 애스톤하우스에서 젊은 남녀가 참석한 가운데 '러브러브 페스티벌'이란 맞선 행사가 열린 것.이 행사는 하나은행이 PB고객 자녀들을 대상으로 주선한 모임이다.
장경훈 PB영업추진팀장은 "맞선 주선은 PB고객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주는 것이 목적"이라며 "부유층 2세들은 곧 잠재 PB고객"이라고 말했다.
은행 간 PB영업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PB고객 서비스도 금융상품은 물론 세무 부동산 상담 등 기본적인 자산관리를 뛰어넘어 부가서비스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웰빙바람'이 불면서 건강관리,무료 정기검진 등 헬스케어 서비스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조흥은행 PB센터는 해외진료를 알선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노년층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나은행이 10억원 이상 초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웰스매니지먼트(WM) 센터'는 해외경매에 동행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WM센터의 정경애 부장은 올해 초 홍콩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장에 고객을 직접 모시고 갔다.
경매를 위해 필요한 외화예금과 보험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정경애 부장은 "부자들에게 예술품 구입은 단순 취미를 넘어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PB서비스는 금융과 예술을 접목시킨 '아트뱅킹(Art banking)'으로까지 진화되는 추세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0월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홀에서 PB고객 100여명을 초청해 '소더비 스페셜리스트 초청 강연'을 열었다.
우리은행과 서울옥션이 공동 개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뉴욕 소더비 메인 경매에 출품될 작품 가운데 피카소와 모딜리아니,앤디워홀 등의 작품 32점이 선보였다.
우리은행 PB팀 관계자는 "소더비 강연에 참석하려는 고객이 너무 많아 초청고객을 선정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조만간 역삼동 강남PB센터와 도곡PB센터에 서울 옥션의 미술 작품들을 전시하고 고객에게 이를 판매하는 아트뱅킹을 실시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PB센터 '골드앤와이즈'는 지난 5월부터 국내외 유명화가의 미술작품을 PB센터에 전시하는 '갤러리 뱅크'를 운영하면서 고객들에게 미술품 임대를 주선해주고 있다.
은행들의 PB서비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것은 부유층 대상의 PB영업에서 투자상품 소개 부동산 세무상담 등 자산관리서비스만으로는 차별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술품 경매 건강관리 취미·여가활동 등 문화와 생활 전반에 대한 '라이프 케어(Life care)' 서비스를 제공해 '부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부가서비스 경쟁만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은행 장경훈 팀장은 "고객의 삶 전반을 책임진다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품보다 신뢰를 판다'는 것은 사실 PB들의 세계에선 불문율로 통한다.
부자 고객의 공통적인 특성은 금리 1%에 흔들리지 않으며 남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을 잘 믿지 못하는 부자들이 수수료까지 내면서 PB를 찾게 하려면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