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7:43
수정2006.04.03 07:45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세계 첫 추출 논문 발표로 세워진 한국의 줄기세포 종주국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황 교수팀이 난자 의혹에 따른 윤리 파문으로 연구에서 한 달 이상 주춤거리는 사이 미국 영국 일본 등 경쟁국들이 잇따라 줄기세포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이 연구에서 중심국으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논문 발표에서 외국 학계가 '신뢰성'을 문제삼아 집중 견제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게다가 해외의 언론들은 한국의 연구 위기 상황을 증폭시키는 기사를 실어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학계에서는 이에 따라 황우석 교수가 한시바삐 연구실로 복귀해 중단하다시피한 연구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뛰는' 해외 국가의 연구
해외 각국은 잇따라 줄기세포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최근 시민단체와 배아줄기세포 반대 기구들이 제기한 줄기세포 지원법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이에 따라 10년간 30억달러(3조원)를 줄기세포 연구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이 사업을 총괄하는 캘리포니아재생의학연구소(CIRM)도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열고 연구 지원에 본격 나섰다.
영국의 경우도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2006년부터 2년간 1억파운드(1730억원)를 현금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줄기세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역시 인간 줄기세포 제조 계획서를 인간줄기세포연구윤리심사위원회에 제출,승인을 받는 대로 연구기관에 관련 프로젝트를 분배하기로 했다. 이 밖에 싱가포르도 줄기세포 허브를 만든다는 야심찬 구상 아래 줄기세포 컨소시엄을 구성,향후 3년간 4100만달러를 연구에 투입하기로 했다.
◆'기는' 한국 생명공학계
'배아줄기세포 가짜 의혹 논란'으로 과학계는 직접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상대 이상열 교수는 "한국 과학계의 신용도가 크게 떨어져 (논문 게재에) 불이익이 예상된다"면서 "주위에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제출했거나 준비 중인 교수들이 여럿 있는데 다들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공학과 이상엽 교수는 "논문 내용이 매우 좋으면 국제학술지에서 (게재를) 거절할 수는 없지만 논문심사라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어쨌든 한국과학자들에게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황 교수 연구실도 한 달간 연구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면서 각종 세미나와 포럼 등을 열지 못해 해외 정보 및 동향 파악 등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해외 학계 및 언론 반응
미국 뉴욕타임스는 5일자 '한국의 복제 위기'라는 사설을 통해 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둘러싼 최근 논란을 언급하며 한국 과학계의 신뢰 문제를 지적했다.
이 신문은 황우석 교수가 난자 제공의 윤리적 문제를 잘못 취급했으며 이것을 숨기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외국 경쟁자들은 이번 논란으로 황 교수가 폭삭 망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줄기세포와 복제 연구가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춘호·장원락·임도원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