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대통령 16國순방.APEC 챙긴 전경련 강신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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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16개국 해외순방 동행,APEC 9개국 정상 연쇄 면담.'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간 중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78)을 보좌한 비서진들은 강 회장의 체력에 혀를 내둘렀다.
젊은 기업인들도 연일 계속되는 회의와 만찬을 버거워하는데 강 회장은 1주일간의 일정을 거뜬히 소화해내는 체력을 과시하며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를 무색케 했다.
특히 전경련이 주최한 최고경영자회의(CEO Summit)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9개국 정상들과는 연설 전에 직접 만나 환담을 나누는 등 세일즈 외교도 한몫 거들었다.
APEC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동아제약이 자체 개발한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출시 준비에 여념이 없는 강 회장을 지난 2일 용두동 동아제약 본사에서 만났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APEC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부터 물었다.
강 회장은 "9개국 정상들을 별도로 만나 기업인들에게 소개하는 일은 제 개인적으로도 영광이라 1주일 동안 피곤할 새도 없었다"며 "이번 부산AEPC의 가장 큰 결실은 각국 정상들에게 한국이 경제뿐 아니라 한류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문화 예술분야에서도 뛰어난 나라라는 점을 각인시켜준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불꽃축제 때는 엄청난 인파 때문에 생애 처음으로 3시간반 동안 버스에 갇히는 고생을 겪기도 했지만 강 회장은 오히려 좋은 추억이었다며 여유를 보였다.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불꽃놀이가 끝난 9시30분부터 새벽 1시까지 버스에 갇혀있다 결국은 허바드 전 주한 미국 대사 등 일행들과 함께 전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어요.
하지만 고생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전철의 편리함을 새삼 알 수 있어 좋았어요."
강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가장 자주 접하는 재계의 대표 기업인이다.
대통령의 순방에 동행한 나라만도 16개국에 달하며 이번 달 중 말레이시아 필리핀 방문길에도 함께 갈 예정이다.
그만큼 노 대통령의 경제관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올해 초 10개국 순방을 마친 후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우리 기업들의 해외 활약상에 감동을 받았고 강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얘기할 정도로 기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특히 인도와 프랑스 방문 때는 노 대통령이 대본을 보지 않고 IT(정보기술) 등의 경제 현안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하는 모습에서 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어요."
강 회장은 전경련 회장 취임 이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줄곧 타협노선을 주장해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경련이 재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큰 목소리보다 실익을 챙길 때라는 게 강 회장의 생각이다.
"정부를 비판하더라도 구체적인 문제점을 들고 나가야 얘기가 되는 겁니다.
예전처럼 무조건 정부정책에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타협을 하면서 이익을 취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LG의 파주 LCD단지 투자도 정부와 타협을 통해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 완화를 끌어냈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최근 재계의 뜨거운 현안인 금융산업구조개선법과 삼성 이건희 회장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자 강 회장은 작심하고 온 듯 집에서 직접 작성해 온 메모지를 꺼내든 후 운을 뗐다.
그는 "삼성이 워낙 큰 기업이다보니 최근 여러 현안들이 불거지는 것 같다"며 "이 문제들은 과거를 존중하고 현재를 받아들이며 미래에 대응하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세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무슨 의미냐는 질문에 그는 "과거의 잘잘못은 참고는 하되 현재 불거진 문제에 대해서는 재계나 국민들도 마냥 반대하는 입장을 버리고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로 풀어가자는 의미"라고 재차 설명했다.
전경련을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 미래를 위해 정부,국민,삼성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에둘러 조언한 것.
강 회장은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최근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며 외환위기 여파로 잘게 쪼개진 과거 대기업에 대한 아쉬움을 보였다.
"분배도 성장이 있어야 가능한데 성장동력을 갖고 있는 기업이 한정돼 있어 어려움이 많아요.
대우그룹 같은 기업이 살아남아 현재의 5대 기업 크기의 대기업이 4∼5개 정도만 더 있었더라면 내수나 분배문제도 한결 나아졌을 겁니다."
강 회장은 또 중국 인도의 추격과 자국 기업끼리 연합해 '타도 한국'을 외치는 일본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삼성전자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그는 "중국이나 인도업체들은 무섭게 쫓아오고 일본업체들은 연합해서 타도 삼성을 외치는 경쟁환경에서도 이겨내는 삼성전자를 보면서 그나마 향후 10년은 우리가 끄떡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정부는 이런 기업들이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회장은 경제에 대한 젊은 세대의 무관심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VPDA'를 실천해볼 것을 젊은이들에게 권했다.
"부족한 것 없이 풍족하게 살다보니 경제에 대한 관심들이 예전만 못해요.
부모들은 어렵게 마련한 집이나 TV 에어컨 같은 것도 요새 사람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생각해요.
그래서 전 젊은 사람들에게 미래 비전(Vision)에 대한 열정(Passion)을 갖고 이를 결정(Desion)해서 과감하게 행동(Action)으로 옮기는 'VPDA'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 약력 >
△1927년 경북 상주 출생
△1952년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1958년 독일 후라이부르크대 의학박사
△1971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
△1975년 동아제약주식회사 대표이사 사장
△1981년 동아제약주식회사 대표이사 회장
△1983년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1987년 한국제약협회 회장
△1988년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1989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2004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