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한 고건(高建) 전 총리는 1일(이하 현지시간) "지난 시대가 남긴 진보ㆍ보수의 이념의 유산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통합과 상생,혁신,개방,성과를 지향하는 창조적 실용주의로 무장해 위기를 극복하자"고 밝혔다. 고 전 총리는 이날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인근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아시아 리더스포럼에서 `이념을 넘어 앞으로: 창조적 실용주의'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e메일로 전달한 강연문을 통해 "리더십 연구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리더십 실천의 전문가라고 하면 사양하지 않겠다"고 전제한뒤 "평생 민과 관을 오가며 지방정부의 수장으로서, 정부 부처의 장으로서, 최고 통치자의 보좌 또는 대행으로서 리더십의 세계 속에서 살았고 이를 몸으로 구현했기에 리더십이 얼마나 막중한지 잘 안다"고 말문을 열었다. 고 전 총리는 "2년전 한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됐을 때 다시 한번 이를 절감했는데, 리더십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임을 온 몸으로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리더십이란 결국 `사회구성원들의 꿈과 역량을 모아 시대가 요구하는 일을 함께 해나가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며 그런 점에서 한국의 정치 리더십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정치 리더십에 대한 논의가 피할 수 없는 긴박하고 절실한 의제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안보위협이 상존한 우리 사회는 한층 더 복합적 위험에 노출된 `다중적 위험 사회'이며 억눌렸던 평등과 자유의 가치가 진보와 보수의 이름으로 분출되고 있다"며 "진보ㆍ보수의 이념에 사로잡힌 정치 리더십은 다중적 위험에 대처하는데 도움은 커녕 해가 되므로 실사구시를 따르는 길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념의 굴레를 벗어나 역사 현실에 입각해 과제와 미래 비전을 정립하고 실사구시의 관점에서 이를 구현하려는 리더십을 `창조적 실용주의' 리더십으로 부르고 싶다"며 "창조적 실용주의는 ▲소통과 연대를 중시하는 통합의 리더십 ▲일로서 승부하는 성과주의 리더십 ▲공동선을 지키는 상생의 리더십 ▲지속 가능한 혁신의 리더십 ▲세계로 열린 개방의 리더십을 지향한다"고 덧붙였다. 고 전 총리는 "20세기 극단의 역사에서 가장 큰 희생자의 하나였던 한국에서 다시 이념양극화가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면서 "지난 시대가 남긴 이념의 유산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기회의 문을 여는 창조적 실용주의로 무장하자"고 강조했다. 고건 전 총리는 2일 로스앤젤레스로 이동, 교포 간담회 등에 참석한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