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베트남전 당시 주월 한국군과 군속이 비전투 중 사상사고를 낸 경우에도 보상책임은 미군이 지도록 적잖은 외교노력을 벌여 우리 입장을 관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가 2일 공개한 베트남전 관련 외교문서에 따르면 국방부와 외무부는 1965년부터 1966년까지 미국측과 월남에서 발생한 민사 청구권 관련 협상을 벌여, 한국군과 군속이 월남에서 비전투 중 사상사고를 내더라도 조사를 비롯한 관할권은 한국군이 유지하되 보상책임은 미군에 넘기기 위한 외교전을 폈던 것으로 밝혀졌다. 주월 한국대사관이 1965년 12월21일 외무장관 앞으로 보낸 `한국군 비전투 피해보상에 관한 한미 보충실무약정서 최종안' 보고서를 보면 최종안에는 미국측의 지불보증 구절이 포함되고 (한미간) `소청심의위원회'를 없애는 대신 한국군 사령부내에 `소청사무소'를 신설, 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민사사건이 발생하더라도 한미 합동이 아니라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실무약정서는 또 `주월 미국 군사원조 사령관은 주월 한국군 소청사무소에 의하여 판정된 소청 지급액에 대해 주월 미국 군사원조 사령부 법무관이 그 지불보증을 하고 최종적으로 주월 한국군 사령관이 결정한 소청지급때도 재정적인 지원을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 최종안은 미국측의 사후 감사, 한국군의 청구권 직접 해결을 주장한 미국측의 반대에 부딪히지만 우리측은 결국 우리 입장을 관철시켰다. 국방부가 1965년 12월8일 주월 한국군 사령관에게 보낸 `청구권 해결을 위한 지침서'에 따르면 국방부는 타 국가의 군 기관이 청구권 처리사항을 감사한다는 것은 국가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반드시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또 청구권 해결을 위해 일정액의 기금을 미군으로부터 제공받고 미군 절차와 유사한 절차를 마련해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해결토록 할 것을 지시했다. 이 결과는 주월 한국대사관이 1966년 3월15일 외무장관에게 보낸 `청구권에 관한 한미 실무협정' 보고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 보고는 "아측 대안은 미 국무성(국무부)의 약간의 수정이 있은 후 한국군 통합사령부에 전달됨. 어구 수정 또는 불필요한 조항 및 절.구 등의 삭제에 불과하며 아측에 불리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명시했다. 외무장관은 그 해 4월2일 국방장관에게 "미측 최종안은 아측의 당초 입장에 부합되는 것이라고 판단되므로 동 약정 제7조에 따라 주월 한국군 사령관이 서명할 수 있도록 귀부에서 특히 법제처의 심의를 포함한 필요한 제반 절차를 취하여 주기 바람"이라는 문서를 보낸 것으로 민사 청구권 협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 결과 미측 최종안 중 `부록 A'에는 `주월 한국군사령관이 청구권 지급액을 결정하면 미 원조사령부의 법무참모가 지불보증을 서고 같은 사령부 관리참모가 필요한 소청서류를 첨부해 한국 장교에게 `피아스타'(태국화폐)를 제공한다'고 명기됐다. (서울=연합뉴스) 지일우 기자 ci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