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SM엔터테인먼트, 기획단계부터 차별화 '넷중 셋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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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0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 앞은 몰려든 여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국가대표팀 축구경기가 열리는 날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이날 주경기장에서 축구경기는 없었다.
단지 한 대중가수 팀이 신보 발매를 앞두고 팬들과 관계자들에게 '신고'를 하는 이른바 '쇼 케이스' 행사가 열렸을 뿐이다.
이 대중가수 팀은 남성 5인조로 구성된 '동방신기(東方神起)'.이날 행사에 참가한 인원은 무려 5만명 정도로 집계됐다.
정식 콘서트도 아닌,조그만 신고식에 축구대표팀 A매치의 평균 관중보다 더 많은 팬들이 몰린 것이다.
대개 작은 행사장에서 벌어지는 쇼 케이스를 잠실 주경기장에서 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5만명이라는 엄청난 팬들이 찾았다는 것도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동방신기가 속해 있는 회사는 바로 국내 대표적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다.
SM은 동방신기뿐 아니라 보아 강타 플라이투더스카이 등 아시아시장에서 한류(韓流)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젊은 가수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SM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SM제국'으로 불린다.
그만큼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1995년 남자 고교생으로 이뤄진 5인조 그룹 HOT를 데뷔시켜 '대박'을 터뜨린 이후 SM은 신화 보아 등을 잇따라 배출하면서 '스타 제조사'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SM의 성공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철저한 사전준비와 미래 연예시장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갖고 있었던 것이 성공의 요인으로 꼽힌다.
◆한 발 앞선 해외시장 개척
SM은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블루오션' 이론을 충실히 따른 회사로 평가된다.
이 회사의 대표적인 블루오션 개발 사례는 국내 대중문화계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해외 진출이다.
SM은 HOT S.E.S 등이 한창 '잘나갈 때' 국내에서 수백만장의 앨범을 팔며 수백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99년 안정된 수익을 포기하고 SM은 S.E.S의 일본 진출을 시도한다.
당시만 해도 대중문화 분야에서 선진국인 일본과 경쟁하겠다는 SM의 판단은 '무모한 도전' 혹은 '최악의 판단'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SM의 해외 진출은 국내 음반시장이 본격적으로 침체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SM은 지난해 해외에서만 70억원의 순수익을 올렸고 올해는 1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SM의 대주주인 이수만 이사는 "한국의 음반시장 규모가 4000억원에서 2000억원 정도로 뒷걸음친 데 비해 이웃 일본은 5조원이나 된다"며 "어느 분야보다 선점이 중요한 문화산업에서 남보다 빠른 해외시장 개척은 필연적이면서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해외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철저한 현지화
SM은 해외시장을 개척할 때 한류(韓流)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때에 따라선 탈한류를 추구하기도 한다.
현지에서 외국가수로 인식이 되면 장기적으로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보아의 경우도 데뷔 때부터 일본어는 물론 생활이나 문화까지 완벽하게 '일본 것'을 습득하게 함으로써 현지팬들과의 거리감을 없앴다.
이런 준비 덕에 보아는 지금까지 일본에서만 860만장의 음반을 판매했고 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SM은 최근엔 가수나 노래를 음반이나 콘서트 형태로 수출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현지에서 스타를 직접 발굴해 시장을 공략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SM이 '티아'라는 일본가수를 키워 골든디스크 신인상까지 받게 만든 것이 좋은 예다.
SM은 현재 중국과 일본 공략을 위한 조직을 포함해 4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SM재팬과 한국SM오락유한공사베이징대표처가 각각 일본과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해 보아 강타 동방신기 천상지희 등을 띄우고 있다.
이들 조직엔 현지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전문경영인을 배치해 현지 시장의 변화와 흐름을 빠르게 읽어낼 수 있도록 했다.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 전략
이수만 이사는 언젠가 농담삼아 SM은 'Success Museum(성공박물관)'의 약자라고 해도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영문이름 이니셜을 딴 SM이지만 데뷔시킨 가수의 성공확률이 80%에 육박하고 국내 가요시장 음원 점유율이 20%에 달하는 것을 감안한 농담이다.
이 말은 SM이 시작단계부터 다른 기획사와 차별화된 길을 걸었다는 자긍심의 표현으로도 들린다.
대표적인 것이 '촌지' 관행의 거부다.
SM은 방송사와 기획사 간 소위 '갑-을'관계로 인해 소속가수를 한 번이라도 더 TV에 내보내려고 방송국 PD들에게 촌지를 건넸던 관행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대신 시장 트랜드에 맞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될성부른 떡잎을 솎아내는 작업에 몰두했다.
◆과제
SM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네티즌과 시민들은 '청소년을 현혹시키는 그룹만 내세워 돈을 번다' '립싱크 가수를 양산해 가수의 질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SM은 이에 대해 "대중의 트렌드를 읽고 시장논리에 충실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넘어 세계시장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지향하는 SM이라면 안티팬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